김진 변호사

조상욱 변호사

‘따로 또 같은 길’을 가는 노동 분야 전문 변호사들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김진 변호사와 조상욱 변호사는 사법시험 38회 동기생이다. 올해로 변호사 8년차에 접어드는 두 변호사는 노동 분야 전문 변호사의 길을 나란히 걸어 왔다. 그러나 이들 중 한명은 노동자 입장에서 다른 한명은 사용자 입장에서 변론을 맡아온 ‘숙명적인 맞수’이다. 두 변호사는 신참시절 해고 사건을 놓고 대법원까지 맞선 일화가 있다. 조변호사는 “김변호사의 변론에 너무 감동 받아 아직도 기억이 난다”고 칭찬했고 김변호사는 “그래도 결국 사건은 조변호사측이 이기지 않았냐”며 웃으며 맞받아쳤다. 김진 변호사(법무법인 이안)는 노동자, 특히 여성 노동자들의 권리구제를 위한 사건을 여럿 맡아와 이 분야에서는 잘 알려진 변호사다. 이에 대해 그는 “IMF이후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운 좋게도 노동문제와 관련해 쟁점이 되는 사건을 맡게 되면서 노동 전문 변호사로 알려지게 된 거 같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가 중요한 노동 사건을 맡은 이유는 운 때문이 아니라 그럴만한 배경이 있다. 그가 변호사로 첫 발을 내디딘 곳이 바로 노동ㆍ인권 전문 로펌인 법무법인 시민이었다. 고(故) 조영래 변호사가 만든 이 법무법인은 고영구(전 국정원장), 김선수(사법개혁추진위원회 단장), 박주현(전 청와대 국민참여수석) 등 내로라하는 노동ㆍ인권 전문 변호사들이 모인 곳이었다. 김 변호사는 “시민은 연수원시절부터 꿈에 그리던 곳”이었다며 “변호사 시보부터 시작해 노동 분야의 대가 변호사들 밑에서 일하면서 굵직한 사건을 맡게 됐다”고 말했다. 그가 처음 맡았던 사건은 기업들이 IMF직후 정규직 사원을 뽑았다가 취소한 사건이었다. H전자, D시멘트 등이 정식 과정을 통해 정규직 직원을 뽑았으나 회사 사정이 어렵게 되자 이를 일방적으로 취소하면서 합격자들이 소송을 낸 사건이었다. 결국 원고측의 승소를 이끌어내 원고들이 손해배상을 받거나 나중에 경영상황이 호전됐을 때 채용됐다. 또 농협사내부부 해고사건도 기억에 남는 사건이다. 농협이 사내부부 780쌍을 정리해고 우선대상으로 정해 아내들이 대부분 사표를 내면서 불거진 사건이다. 당시 원고측은 “사내부부를 우선 해고대상으로 삼는 것은 사내 부부인 기혼 여성에게 사표를 쓰라는 압력과 동일한 것으로 성차별적 해고”라며 소송을 냈지만 결국 대법원까지 가서 패소했다. “비록 소송에서 지긴 했지만 여성 노동자 문제에 본격적인 관심을 갖게 해준 사건”이라고 그는 말했다. 이외에도 서울 여성 노조 사건, 롯데호텔 파업 사건 등 여성 노동자와 관련된 사건을 많이 맡아왔다. 김 변호사는 이후 뜻 맞는 변호사들과 함께 법무법인 이안을 세우고 주로 노동자, 인권과 관련된 사건을 맡고 있다. 그는 “최근 여성들이 비정규직화 되는 추세가 심각한 수준인데 이에 대해 사회적인 관심이 너무 작다”며 “건강한 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여성 고용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생각에서 이분야에서 꾸준히 문제제기할 것”이라고 노동 전문 변호사로서의 포부를 밝혔다. 한편 조상욱 변호사(법무법인 율촌)는 김 변호사와는 다른 입장에서 선 노동 전문 변호사이다. 조변호사는 율촌의 노동팀에서 사용자 입장에서 노동, 고용, 노사문제를 다루고 있다. “법무법인에서 트레이닝 과정을 끝내고 부서배치를 받을 때 노동팀에서도 변호사를 모집했습니다. 아무도 지원을 안 했는데 제가 유일하게 지원해 노동문제를 많이 맡게 됐습니다”고 노동 분야와 인연을 소개했다. 그는 노동분야에 대해 “로펌 변호사들 사이에서는 일이 까다로운 만큼 ‘각광받는’ 분야가 아니다”라면서도 “원래 인간들이 맺는 사회적 관계에 관심이 많아 지원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조 변호사가 노동과 관련해 주로 맡는 일은 해고, 징계, 임금, 퇴직금, 수당 등과 관련해 기업측에서 자문ㆍ송무이다. 파업대처, 스톡옵션 규정마련 역시도 노동분야 변호사가 하는 일이다. 특히 그는 외국 회사들의 노사문제 자문을 여럿 맡고 있다. 외국계 회사들이 국내로 진출할 때 가장 관심을 갖는 것이 바로 노사문제인데 현지 사정을 제대로 하는 변호사를 찾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외국회사들이 국내에서 회사를 인수하거나 설립할 때 장차 노사문제에서 어떤 분쟁 요소가 있는지 예측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며 사측 노동 변호사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로펌에서 일하는 노동 변호사는 노동사건만 맡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노사 문제는 기업입장에서는 경영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조변호사 역시 노동뿐 아니라 M&A, 펀드 분야에 있어서도 활발하게 일을 하고 있다. 그는 “구조조정이나 M&A와 관련된 자문을 할 때 필수적인 부분이 고용문제”라며 “노사문제 해결없이는 성공적인 구조조정이나 M&A를 할 수 없기 때문에 기업실사에서 노동실사를 따로 할 정도라고 밝혔다. 사용자 입장에 선 변호사로서 입장에 대해서는 “사용자입장에서 노동자들을 탄압한다는 오해가 있을 수 있다”며 “그러나 오히려 장차 분쟁요소를 줄여 서로 비효율적인 분쟁을 피한다는 점에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조변호사는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