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청문회' 검증공방 새국면

경선 한달도 안남아 '李-朴' 전면전 가능성

박관용(가운데) 위원장 등 한나라당 경선관리위원들이 20일 기자회견에서 경선 주자들의 방송 토론 개최 여부를 23일 재논의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한나라당이 정당 역사상 초유의 대선 경선후보 검증청문회를 실시한 뒤 이명박ㆍ박근혜 후보간 검증공방이 새 국면을 맞고 있다. 20일 양측에 따르면 그간 검증 대상에서 한걸음 비켜 있던 박 후보 입장에서는 전날 청문회를 계기로 자신과 관련된 의혹이 불거질 가능성이 커졌다. 이 후보는 청문회 때문에 특히 부동산 문제 등 차명재산 의혹에 대한 박 후보 측과 여권의 공세가 다양해진 부담을 안게 됐다. 거꾸로 말하면 이ㆍ박 후보 측은 서로가 새로 지게 된 부담을 집중 공격할 수 있는 공간을 얻었다. 이 후보 측은 역공 가능성이 열렸고 박 후보 측은 추가 해명을 요구하는 파상 공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李 캠프, 역공 검토=이 후보 캠프의 박형준 대변인은 “캠프 전체 전략은 ‘포지티브’지만 박 캠프에 대한 전면 대응론도 나오고 있다”며 “상황에 따라 우리도 검증청문회에서 해명이 제대로 안 된 박 후보 관련 의혹을 제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 측은 박 후보 관련 새로 제기된 의혹으로 ▦전두환 전 대통령 자금 수수 ▦최태민 목사 의혹 등과 관련된 내용을 들고 있다. 캠프 측은 “청문회에서 박 후보가 받았다고 인정한 6억원은 당시로서는 대단한 액수다. 또 영남대 ‘4인방’ 중 조모씨가 최 목사의 의붓아들인 점을 박 후보가 몰랐는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朴 캠프, “李 의혹 여전”=박 후보 측은 전날 이 후보의 청문회 답변이 의혹을 전혀 해소하지 못했다고 공격하고 나섰다. 김재원 캠프 대변인은 “이 후보의 청문회 진술이 사실이라면 현대건설은 임직원의 부동산 투기를 회사 차원에서 진행했다는 의미가 된다”며 현대건설의 답변을 요구했다. 캠프 측은 또 청문회 시간 관계상 이 후보에 대한 상당수 의혹이 거론조차 되지 못했다고 보고 이 문제들도 집중 제기할 방침이다. 캠프 측은 지난 2000년 이 후보가 건보료를 2만원만 냈다고 지적하는가 하면 우신토건 문제, 서울 양재동 건물 관련 의혹도 검증 대상으로 꼽았다. ◇전면전 벌어지나=당초 한나라당은 검증 문제를 당 차원에서 매듭짓겠다는 뜻에서 청문회를 기획했다. 하지만 당내 공방의 특성상 뚜렷한 결론이 나오기 어려운데다 경선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양측이 청문회를 발판으로 ‘전면전’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와 관련, 양측은 방송 토론회 개최 여부를 두고 이견을 보였다. ‘지지율 1위’ 이 후보 측이 “경선을 얼마 남기지 않고 흑색선전이 제기될 경우 꼼짝없이 당할 우려가 있다”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힌 반면 박 후보 측은 토론에 응하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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