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엄사를 화두로"… 30여년만에 다시 펜 들다

신간 소설 '마지막 인사'로 문단 복귀 이건영씨


약관인 스무 살에 소설 ‘회전목마’로 한국일보 장편소설 공모에 당선된 소설가 이건영(64ㆍ사진)씨가 신간 ‘마지막 인사’를 통해 문단에 복귀했다. 20일 출판기념 기자간담회를 연 이씨는 “지난 1970년대까지는 소설을 썼지만 이후 유학과 함께 그만뒀다”면서 “이후 전혀 다른 일을 하다가 은퇴 2년 만에 이렇게 소설로 다시 만나게 됐다”고 입을 열었다. 신작 ‘마지막 인사’는 요즘 논란의 중심이 된 ‘존엄사’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 책 내용은 주인공인 의사가 뇌종양 선고를 받은 임신한 아내의 존엄사를 돕는다는 것이 큰 줄기다. 법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 받은 의사는 설상가상으로 자신도 불치의 간암 판정을 받고 스스로 목숨을 ‘집행’하려 한다. 작가는 “집필할 당시만 해도 대법원의 존엄사 인정 판결이 나기 전이었고 따라서 그때까지의 판례를 기반으로 해 존엄사를 도운 의사가 유죄 판결을 받는다는 내용”이라며 “의료계와 종교계에서 논쟁거리인 존엄사 문제지만 자신이 어떤 모습으로 죽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누구나 걱정과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노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죽음에 대한 관심이 커졌지만 생명 연장이 꼭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존엄사나 안락사에 대한 찬반 여부와는 별개로 떠나는 사람과 보내는 사람의 입장에서 죽음을 그대로 보여주고 이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마련하고자 한다”고 집필 의도를 밝혔다. 아버지가 내과의사였고 동생을 뇌종양으로 잃은 저자의 경험이 의료계 현장 묘사에 생생하게 녹아들었다. 작가는 앞서 1970년에 이 책의 전편 격인 장편소설 ‘차가운 강’을 단행본으로 내 존엄사에 대한 화두를 던진 바 있다. 그는 “공교롭게도 데뷔작인 ‘회전목마’도 사회적 이슈인 근친상간을 주제로 했고 현재 집필을 끝낸 미발표작도 환경 문제를 다루고 있다”고 밝혔다. 이씨는 서울대 법학과를 중퇴하고 서울대 건축과에 다시 입학한 뒤 1972년에 미국 유학길에 올라 도시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건설부 차관과 국토개발연구원장, 중부대 총장 등을 지냈다. 서울 외곽순환고속도로와 경부고속철도, 분당ㆍ일산ㆍ평촌 같은 신도시 개발사업의 타당성 검토 총책임자가 바로 그였다. 다시 소설가로 돌아와 기쁘냐는 질문에 작가는 “소설을 쓰는 것은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이라며 “(집필을) 그만뒀던 이유는 ‘재주가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지만 다시 쓰게 된 것은 생각에서 떠나지 않는 집필에 대한 열망 때문”이라며 의욕에 찬 목소리로 답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