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의 비용분담과 부동산 소유권 귀속 등에 관한 사항을 빠뜨린 채 동의서를 받아 설립된 주택재개발조합은 무효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앞서 서울고법은 비용분담 사항을 기재하지 않은 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에 대해 설립무효 판결을 내린 바 있지만 재개발조합에 대한 판결은 이번이 처음이다. 부산고법 제3민사부(부장 한범수)는 김모씨 등 부산 사하구 감천2주택재개발정비구역 주민 62명이 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조합설립무효확인 소송에서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유지했다고 16일 밝혔다. 재판부는 "비용분담과 소유권 귀속에 관한 사항은 토지소유자에게 재개발에 참여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기 때문에 이 사항을 빠뜨린 동의서는 효력을 인정할 수 없으며, 이를 기초로 한 조합 설립 역시 무효"라고 판결이유를 밝혔다. 이어 "신축 건축물 전체의 용적률이나 대지건물비율은 얼마인지, 주거용 건물에는 어떤 면적의 아파트가 몇 세대 지어질 수 있는지, 상가용 건물은 몇 층에 어느 정도의 면적으로 건축이 될 수 있는지, 기타 사업비용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항목이 포함되고 어떤 방식으로 산출되는지 등 동의서에는 사업 실행단계에서 비용분담에 관한 합의를 다시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예측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법원이 명확한 설명 없이 동의를 받은 조합의 행위에 대해 잇따라 '무효'판결을 내림에 따라 사업비용을 두루뭉술하게 산정해 일단 조합을 설립한 후 사업추진 과정에서 각종 비용을 추가하던 재개발업계의 관행이 제약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