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위공직자 주식백지신탁제도 정부안을마련하면서 본인이 신탁을 원하지 않는 경우 백지신탁심사위원회에 심사를 청구할수 있게 하면서 일단 재산권 침해 논란은 한걸음 비켜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심사청구가 활발해 결국 직무 관련성이 명백한 주식만 신탁하도록 하게될 경우 '돈'과 '공직' 둘 다 추구하는 것을 제한한다는 당초 입법 취지는 크게 퇴색할 전망이다.
또한 장.차관급 공무원이나 기업을 소유하고 있는 국회의원들의 직무 관련성이어디까지냐를 평가하는 것도 쉽지 않아 향후 심사과정에서 또다른 논란이 일 가능성이 높다.
▲위헌시비 일단 피해 = 지난 5월 행정자치부가 백지신탁제도 안을 처음 발표하면서 가장 논란이 됐던 부분은 개인의 재산권을 너무 심하게 침해하는 것 아니냐는것이었다.
백지신탁을 하면 수탁기관은 신탁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60일 이내(필요시 30일연장 가능)에 주식을 매각하도록 돼 있어 기업을 소유하고 있는 의원 등은 큰 타격을 받게된다. 또 새로운 주식 취득도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결국 이같은 재산권 침해 논란을 피하기 위해 이번에 확정된 안에서는 독립적인심사위원회에서 직무관련성이 있는지를 평가, 관련이 없다고 인정되면 주식을 계속보유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고 할 수 있다.
직무관련성이 없다는 확신이 들면 신규주식 취득도 가능하다. 다만 이후 심사에서 주식관련성이 인정되면 처벌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지금도 주식내부자거래 금지 조항에 의해 기업의 내부 정보를 알만한 자리에 있는 공무원 등은 해당 주식의 거래를 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어 결국 기존 금지 규정을 좀 더 포괄화시킨 수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심사는 어떻게 하나 = 9명으로 이뤄지는 심사위원회는 △정보접근성이 얼마나되나 △기업의 주가에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은 있나 등 두가지 기준을 놓고 심사를 벌인다.
권오룡 행정자치부 차관은 "개별 사안에 대해서는 심사위원회에서 결정하겠지만의원의 경우 소속 상임위, 공무원의 경우 부처 등에 따라 연관성 범위가 달라질 수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31일을 기준으로 할 경우 전체 재산공개 대상자는 5천776명이며 이가운데 3천만원 이상 주식 보유자는 525명이다.
공개 하한액을 얼마로 할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심사청구를 하는 공직자가 수백명이 이를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비슷한 유형끼리 묶어서 심사하는 방식이 될전망이다.
▲여.야당과 조율 필요 = 정부안은 확정됐지만 열린우리당이나 한나라당에서는각각 다른 내용의 개정안을 준비중이다.
수차례 당정협의를 했지만 아직 백지신탁제에 대해서는 야당은 물론 여당과도의견조율이 되지 않은 점도 풀어야 할 과제다.
이에 대해 행자부 관계자는 "여.야 모두 백지신탁제와 관련해 당론이 마련된 것은 없으며 지금 거론되는 것은 모두 의원 개인 차원의 움직임일 뿐"이라면서 "앞으로 국회에서 조율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주종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