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창투사들이 장내에서 보유지분을 처분하거나 세컨더리 마켓(Secondary Market)에서 장외매도하면서 유동성 확보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23일 벤처캐피털업계에 따르면 창투사들은 코스닥시장이 침체되고 공모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벤처투자 보유지분을 장내에서 팔아치우거나, 비등록기업 주식을 프리 코스닥 유동화 투자조합에 매각하는 등 자금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한솔창업투자는 장기적출물 업체인 라이프코드 주식 6억5,000만원을 최근 정리했으며, 한국기술투자도 19일 광섬유 업체인 에이스디지텔 보유주식 50만주를 24억원에 장내 매각한 것을 비롯해 전체 지분 9.34%(154만주)를 투자회수 차원에서 모두 처분했다.
우리기술투자도 통신선로 장비업체인 먹스컴 주식을 4억8,000만원에 정리했는데 주당 평균 매도가격은 액면가인 5,000원보다 떨어지는 3,895원에 불과했다.
TG벤처도 두루넷 지분 16억원 가량을 처리하는데 골몰하고 있다. 이전 하나로통신을 대상으로 두루넷 보유지분과 하나로통신 전환사채(CB)를 교환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결국 무산됐고 현재 새로운 인수자를 찾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최근 들어 중기청에 창투사 등록증을 반납하는 업체들이 급증하고 있으며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창투사들이 속출하고 있다"며 "코스닥 장내시장에서 손해를 보고서라도 정리하는가 하면 대주주에게 투자지분을 다시 넘기거나 창투사간 투자지분을 매매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말 산업은행, 중진공 등이 출자해 결성한 프리코스닥 유동화펀드(Secondary Fund)도 창투사들의 현금확보 창구로 이용되고 있다.
프리코스닥펀드를 운영하고 있는 네오플럭스캐피탈 관계자는 "지난달 처음으로 투자심의위원회를 열어 3개 기업에 35억원을 투자했다"며 "이달 2차 투자심의위원회를 개최해 40억원 가량을 투자하는 등 올해 안에 출자금 500억원의 절반인 250억원을 창투사들이 가지고 있는 주식을 되사는데 할당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네오플럭스 관계자는 "창투사들이 초기 매입단가보다 낮은 가격에 매물로 내놓는 경우도 있다"며 "자금순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창투사들의 문의가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중기청도 프라이머리 발행시장 채권담보부증권(CBO) 등 직접투자보다는 프리코스닥 유동화 펀드를 늘릴 방침이어서 창투사들의 비등록 보유주식 매각도 다소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서정명 기자 vicsj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