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공황의 그림자?

다우존스도 나스닥도 대 혼미다. 골이 깊으면 산이 높다고 했지만 아무래도 심연에 빠져드는 느낌이다. 어째 징후가 이상하다. 일시적 불황이나 경기 후퇴가 아닌 '그 무엇'이 오고 있는 것은 아닐까. 바로 두 번째의 세계 대공황 말이다. 미국 경제가 지리멸렬하는 모습을 두고 여러 분석들이 난무하지만 '공황 전조'로 보는 견해는 거의 없다. 부실회계 사건의 파장이 커지고 산업생산이 저조하여 경기후퇴까지 겹쳐 주식시세가 맥을 못추는 정도로 이해하고 있다. 불확실하고 불안하지만 언젠가는 다시 회복세를 보일 것이리라는 기대감이 사라진 것은 아닌 것 같다. 다만 그 시기가 지루하게 여름장마 걷히기를 기다리는 꼴이 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면은 있지만. 그랬으면 다행이다. 사실 경제의 변동만으로 보면 '대공황의 징조'는 너무 비약하고 있다는 감을 준다. 그런데 뭔가 찜찜한 구석이 있다. 5년전 한국 경제에 수많은 위기경보가 울렸었지만 그것이 IMF 사태라는 모습으로 드러날 것으로 본 사람은 거의 없었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면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인도 출신의 미국 경제학자 라비 바트라 교수다. 그는 세계경제의 지리멸렬한 모습을 대공황의 '예고편'으로 보고 있다. 한국 태국 등 주변부에서 일어났던 '공황적 사태'는 궁극적으로 중심부인 미국으로 전이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미국의 비즈니스 제국주의가 만들어 놓은 틀이기 때문이라는 게 그 이유다. 그는 이렇게 예언한다. "세계경제는 카지노 판이다. 부자의 시대다. 바로 수전노의 시대다. 이 시대의 말기적 현상은 심각한 부채와 빈곤이다. 왜냐하면 부유층이 그 나라 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봉건주의가 몰락할 때와 상황은 비슷하다. 불과 1%의 미국 사람들이 미국의 부의 40%를 점유하고 있다. 미국인의 절반은 1000달러 이하의 예금밖에 없다. 소비자의 부채는 기록적이다. 이제 파국으로 가고 있다" 아무래도 그의 눈에는 경제적 재앙이 어른거리고 있는 것 같다. 공산주의의 붕괴를 일찌감치 점쳤던 예언자이니 그냥 흘려버릴 소리가 아닐 듯 싶다. 하긴 '거품과 부실장부'라는 면에서 미국도 예외가 아니다. 그런데 바트라 교수는 하나의 동아줄을 던져준다. 대혼란과 혹독한 시련을 겪으며 인류의 지혜는 '진정한 황금시대'를 창출해 낼 것이라는 메시지다. 그름 위에서 들리는 소리 같지만 눈감고 혼미한 안팎의 경제흐름과 사회적 변화를 융합시켜보면 무엇인가 짚이는 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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