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통합법이 국내 금융시장에 안착하는 데 5년 이상 걸릴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오는 2월4일 공식시행 이후에도 계속 수정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으로, 최근 부작용을 이유로 자통법 시행을 연기하자는 일부의 비관론과 이번 자통법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는 낙관론을 모두 경계하는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濠FSRA 2002년 도입이래 잇단 개정 사례
내달 시행 이후에도 지속적 수정·보완 불가피
20일 한국증권업협회와 증권연구원 주재로 서울 조선호텔에서 열린 ‘자본시장통합법 시대의 전망과 과제’ 국제 세미나에서 앨런 캐머런 전 호주 증권투자위원회(증권감독위원회) 위원장은 “호주에서 지난 2002년부터 시행된 금융서비스개혁법(FSRA)은 그동안 경쟁을 촉진하고 효율적이며 공정한 금융시장을 조성하는 데 크게 이바지했다”면서도 “시간이 지날수록 공식 규제기준이 지나치게 상세해지고 경직되는 폐단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금융회사에 요구되는 정보가 광범위해지고 중복되는 것과 함께 금융소비자에게 불필요한 자문이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그는 “FSRA는 원칙을 지키면서도 시장상황에 맞추기 위해 2005년과 2007년 잇따라 개정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FSRA의 개혁은 현재도 진행중”이라며 “한국의 자통법도 완벽하지 않을 것이고 효과는 5년 이상을 두고 차분히 연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함께 참석한 알렉스 배렛 스탠더드차터드은행 글로벌리서치 본부장도 “영국의 금융서비스시장법(FSMA)가 최근 금융위기와 대형은행 노던록의 파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규제와 원칙의 실패가 아니라 원칙 적용의 실패일 뿐”이라고 말했고 말했다. 그는 “감독기관들이 리스크를 이해하지도, 적절한 대응을 펼치지도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자통법의 취지와 다른 시도가 벌써부터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신보성 증권연구원 금융투자산업실장은 “자통법은 혁신과 다양성을 촉진하기 위해 네거티브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지만 시행령ㆍ감독규정 등 하위법규에서는 포지티브적 조항이 늘어났다”고 주장했다. 하위 법규가 원 법률과 다른 시스템에 기반을 둠에 따라 자통법의 취지가 충분히 살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감독당국은 향후 제정될 하위 규정들이 자통법의 취지와 조화를 이루도록 세심하게 배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조선호텔에서 열린 세미나에는 국내외 600여명의 금융계 인사들이 참석, 시행 10여일 앞으로 다가온 자통법에 대해 큰 관심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