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는 미래를 예측하는 잣대다. 주식시장도 마찬가지다. 신도 알 수 없다는 주가를 과거의 추이로 예측하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일 수도 있지만 그 만큼 반복된 역사가 많았기 때문이다.
1월에 주가가 오르는 현상을 `1월 효과(January Effect)`라고 부르고 초여름 강세장을 `서머랠리(Summer Rally)`라고 하는 것도 반복된 역사에 기초한 말들이다.
그러면 풍요의 계절인 가을을 지칭하는 말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의외로 부정적인 용어가 많다. 1년 중 수익률이 가장 좋지 않아 `랠리 킬러(Rally Killer)`라는 별명이 붙어있는 8월장이 강세로 끝나면서 가을 장세에 대한 기대가 크지만 과거의 추이는 정반대로 움직였다. “봄에는 전진하고 가을에는 후퇴한다”는 미국 증권 속담도 그래서 생겼다.
특히 9월은 `8월의 파트너`로 불린다. 킬러의 동반자란 의미로 8월에 버금가는 약세 흐름을 보인 데서 얻은 악명이다. 10월 역시 주식 투자자들에겐 그리 반가운 달이 아니다. 월말에는 오름세로 돌아선 경우가 많았지만 폭락장이 집중된 탓에 뭔가 불길한 `징크스의 달`로 통한다. 87년의 블랙 먼데이도 10월이었다.
모두 미국 월가에서 만들어진 말들이지만 국내 증시의 흐름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 증시도 98년 6월 280포인트까지 떨어져 역사적 저점을 기록했던 IMF 경제위기 때를 제외하고 대부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이런 역사와 반대로 최근 주식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연일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고 이 영향으로 증시 분위기도 한층 밝아졌다.
하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취약하기 그지없다. 매수세라고는 오로지 외국인 투자자 뿐이다. 국내 투자자들은 오히려 증시를 떠나고 있고 거래량은 바닥 수준이다. “언제 무너질 지 모르는 사상누각과 같은 오름세”라는 비관론자들의 평가도 이런 취약성 때문이다.
역의 상관관계인 부동산시장을 보면 주식시장에 대한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교육문제 아니면 부동산 이야기뿐이고, 일주일새 1억원 넘게 올랐다는 강남지역 아파트가 주 화제거리다. 반면 주식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물론 역사는 반복되지 않을 수 있다. 또 올해는 과거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오로지 외부 힘에 의존하는 지금의 오름세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더욱이 이들이 방향을 틀면 추락할 수밖에 없는 장세다.
주가가 올라가서 좋기는 하지만 왠지 불안하기 만한 랠리다.
<이용택(증권부 차장) ytle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