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조율 성과…북핵 해결 진일보 기대

■ 베이징 6자회담 개막
지원시기 北 "동결직후" 美 "폐기시점" 줄다리기
5개국 에너지비용 분담 싸고도 갈등 예상


사전조율 성과…북핵 해결 진일보 기대 ■ 베이징 6자회담 개막지원시기 北 "동결직후" 美 "폐기시점" 줄다리기5개국 에너지비용 분담 싸고도 갈등 예상 베이징=안길수 기자 coolass@sed.co.kr 베이징에서 8일 재개된 제5차 6자 회담 3단계 회의는 어느 때보다 북핵 문제 해결에 한 발짝 다가서 있는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특히 의장국인 중국은 회담 첫날부터 북핵 폐기를 위한 초기단계 이행조치와 호혜조치(상응조치) 내용을 담은 '작업계획(working plan)' 초안을 참가국들에게 회람시킴으로써 회담 성사에 대한 일정 정도의 자신감을 내비쳤다. 중국은 지난달 열린 독일 베를린의 북ㆍ미 회동과 이후 관련국들간의 잇단 양자 접촉 등을 통해 참가국들사이에서 일정 부분 합의ㆍ조율된 '작업계획'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이번 회의에서 북한의 초기 이행 조치에 대한 합의 도출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핵심은 북한 핵 시설 폐쇄 = 중국이 주도해 작성한 '작업계획'의 초안은 북한이 영변의 5MW급 원자로 등 5개 핵 관련 시설을 중단한 뒤 수개월 내에 폐쇄하고 봉인하면 나머지 참가국들이 이에 상응하는 중유 등 대체하는 에너지를 동시에 제공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6자회담에서 논의될 북한의 핵 폐기 수준과 범위는 지난 94년 이뤄진 제네바 합의의 핵 동결과 비슷할 것으로 관측된다. 당시 제네바 합의에서는 ▦평북 영변의 5MW 원자로 ▦핵 재처리 시설 ▦핵 연료봉 생산시설 ▦영변에 건설중인 50MW 원자로 ▦평북 태천에 건설중인 200MW 원자로 등을 1개월 내에 동결하기로 했었다. 또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에 대한 사찰을 하도록 허용했었다. 이번 '작업계획'에도 이와 유사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한국 등 다른 참가국들이 북한에 대체 에너지를 제공하는 '호혜조치' 부분은 제네바 합의 내용과는 다소 차이가 날 것으로 보인다. 94년 제네바 합의 당시와는 달리 북한은 지난해 10월 핵실험을 강행해 주변 상황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한국과 미국 등 참가국들은 북한이 핵 시설을 동결하는 시점 대신 폐쇄하는 순간부터 중유 등 에너지 지원에 착수할 가능성이 크다. 제네바 합의 당시에는 핵동결 이후 3개월이 지난 시점부터 경수로 건설 전까지 북한에 연간 중유 50만톤씩 제공하기로 했었다. 결국 '동결 직후 에너지 지원을 요구'하는 북한 측과 '원자로 해체 등 핵 폐기 시작부터 제공'하겠다는 미국 측의 입장이 엇갈려 난항이 예상된다. ◇에너지 지원 분담금 갈등 = 북한을 제외한 한국ㆍ미국 등 나머지 참가국들은 중국 측이 제시한 '작업계획'에 대해 일단 긍정적인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참가국들은 북한 핵 관련 시설의 '중단'(freeze)이 아닌 '폐쇄'(shut down)를 명확하게 요구한 '작업계획' 내용에 대체적으로 만족해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북한에 제공하는 중유 등 대체 에너지 비용 분담금을 놓고 참가국들이 갈등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 비용 분담에 가장 난색을 표명하는 참가국은 일본으로 이번 회담이 북한 핵 문제 뿐 아니라, 일본인 납치 문제 등 포괄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이날 북핵 6자회담에서 설치가 검토되고 있는 북ㆍ일 실무그룹에 대해 "납치 문제에서 진전이 없으면 일본으로서는 지원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북한은 핵 시설을 동결하는 조건으로 연간 중유 50만톤 이상에 '플러스 알파'까지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게다가 핵 동결 시점을 구체적으로 못박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남은 협상 과정에서 미국 등 참가국들과 신경전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 이외에도 미국이 주도한 대북 경제봉쇄와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의 동결 계좌 문제 등도 이번 회담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북한은 지난해 열렸던 2단계 회의에서 미국이 BDA에 동결돼 있는 2,400만달러를 해제하지 않으면 더 이상 논의를 진전시킬 수 없다고 주장, 회담이 성과 없이 끝난 바 있다.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이날 베이징 공항에 도착한 뒤 이번 회담에 임하는 자세에 대해 "미국이 적대적 정책을 포기하고 평화적 공존으로 나오려고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BDA계좌 동결 문제를 미국의 대표적인 적대 정책이라고 줄곧 주장해 왔다. 입력시간 : 2007/02/08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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