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앞두고 우울한 農心

09/23(수) 10:25 오곡이 무르익는 추석을 맞았지만 농심(農心)은 예전같지 않고 우울하기 짝이 없다. 농산물가격 폭락, 늘어나기만 하는 부채, 치유책이 언뜻 보이지 않는 수해후유증. 수확의 계절을 맞았지만 요즘 농촌은 수심만 늘고 있다. '민족최대의 명절'이라는 추석을 불과 10일 앞둔 농촌의 모습은 이래저래 어수선하다. ◆농산물가격 폭락 = 전국 최대의 배산지 가운데 하나인 전남 나주시 농민들은 요즘 일손을 놓은 상태다. 배값이 지난해의 절반수준에도 못미치기 때문. 지난해만해도 '신고'품종이 상자(15㎏들이)당 6만8천-7만원대에 거래됐지만 올해엔 3만6천원대 이하로 떨어졌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수정기 일기가 나빠 전체 2,879㏊의 재배면적(3,476농가)에서 예상되는 생산량은 5천3백여t으로 목표량 6,500t보다 1,200t이 부족한 실정이다. 재배농민인 나주시 금천면 원곡리 李모씨(45)는 "1만2천평에서 신고배 3천여상자를 생산했으나 상자당 가격은 지난해의 절반 이하 수준인 2만-3만원밖에 받지 못하고 있다"며 한숨을 지었다. 사과의 집산지인 경북지역의 경우 써가루 품종이 15㎏들이 상자당 2만-2만5천원대에 거래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평균 30% 가량 하락해 재배농민들이 울상을 짓고있다. 또 경기도 안성 등 포도 주산지에서도 도매시장 경락가격이 4㎏들이 상자당 1만원선에서 형성돼 지난해보다 평균 20% 이상 내림세로 돌아섰다. ◆수해로 인한 수확량 감소 = 지난 여름 경기.경북북부 등 전국을 강타한 수해로 농산물 수확량 감소가 예상돼 풍년농사에 적신호가 켜졌다. 더욱이 이상고온과 일조량 부족 등으로 병해충마저 극성을 부리는 바람에 벼 뿐만 아니라 밭작물의 수확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된다. 경북도의 경우 수해 농경지는 2만4천㏊로 전체적으로 지난해보다 10-30%의 수확량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또 충북 최대 수해지인 보은지역은 전체 벼 재배면적 5,440㏊ 가운데 2,118㏊가 침수 또는 유실돼 수확량이 지난해의 11만여섬에서 9만9천여섬으로 1만1천여섬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이와함께 수박 주산지인 전북 고창군은 지난해까지 2,688㏊에서 수박을 심어매년 600여억원의 소득을 올렸으나 올해엔 잦은 비로 덩굴마름병 등이 확산돼 수확량이 40% 이상 감소하는 바람에 350여억원의 소득에 그쳤다. 고추의 경우도 사정은 마찬가지. 충북도는 지난해 3만2천8백50여t의 고추를 생산했으나 올해엔 33% 가량 줄어든 2만2천여t을 생산하는 데 그쳤으며 포도 등 다른 작물도 비슷한 실정이다. 경북지역에서 가장 큰 수해를 당한 상주군 공검면의 閔모씨(64)는 "벼농사 1천3백평, 밭농사 2백평 가운데 절반이 침수돼 올해엔 작년보다 역시 절반 이상이 줄어든 3백여만원의 소득밖에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밝혔다. 경기도 고양시 구산동 李모씨(52)는 "하천둑이 넘치면서 5천여평 논의 벼가 9일동안 물에 잠겼다"면서 "올 추석 때는 햅쌀이라고는 한톨도 구경하기 힘들게 됐다"고 한숨을 지었다. ◆눈덩이처럼 쌓이는 농가부채 = 지역별로 편차는 있지만 144만여 전국 농가가구당 평균 부채는 지난해말 현재 1천3백여만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농어촌구조개선사업비, 농업경영자금 등 농민들이 관계당국으로부터 빌린 것을 제외하고 사채까지 포함할 경우 최소한 1천5백여만원선에 이른다는 것이 농민단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상환기일까지 다가오면서 농민들을 부채를 갚을 길이 막막해 애를 태우고 있다. 전북 김제시 백산면 金모씨(56)는 "2천여만원의 농업경영자금을 빌려 사용해 왔으나 현재로서는 도저히 갚을 능력이 없는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전남 나주시 금천면 금곡리 李모씨(45)도 "올봄 빌렸던 원예협동조합과 농협 부채 8천만원의 원금은 고사하고 이자도 갚기 힘든 상황"이라며 "정부당국에서 농가부채의 감면이나 연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간*스*포*츠 연중 무/료/시/사/회 텔콤 ☎700-9001(77번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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