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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9월 24일] 공기업의 국정감사 성의 표시
임세원 기자 (정치부) why@sed.co.kr
모공기업에 다니는 7년 차 직원 박 모씨(가명)는 최근 상사에게 황당한 지적을 들었다. 국회 토관상임위 소속 의원에게 후원금을 내라고 했는데 왜 혼자만 내지 않았느냐는 것. 박씨는 "후원금을 낼지 자율적으로 결정하라고 하지 않았느냐"고 되물었지만 "국정감사를 앞두고 사소한 일로 튈 필요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박씨에 따르면 다음달 국정감사를 앞둔 지난 9월 초 모공기업는 차장 이하 직원에게 단체 문자를 돌렸다고 한다. '상임위 소속 의원 중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 후원금을 내라'는 내용이었다. 문자에는 '후원은 의무사항이 아니며 자율적으로 결정하라'고 적혀 있었다. 그러나 정작 '자율적'으로 후원을 거절한 사람은 부원 중 박씨 한 명이었다.
왜 유독 신입사원인 박씨를 제외하고 문자를 받은 직원들은 전부 돈을 입금했을까. 상임위가 10월 모공기업를 상대로 국정감사 질의에 나선다는 사실과 무관해보이지 않는다. 특히 모공기업의 국회 담당 부서에서, 공문이 아닌 문자로만 후원을 권유한 점은 소관 상임위를 달래면서 논란을 피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직원 한 사람당 낸 후원금은 2만원으로 큰 액수는 아니다. 그러나 국토해양위 소관 공기업과 그곳에 근무하는 직원의 숫자를 세어보면 전체 금액은 결코 적지 않다. 더 큰 문제는 액수가 많든 적든 '갑을 관계'를 이용해 소관 기관이 입법부에 후원금을 주는 상황 자체다. 국회가 앞에서는 질책하고 뒤로는 후원금을 받는 셈이기 때문이다.
국회의원들은 공기업이 매년 지적을 반복해도 고치지 않고 자료 요구에 핑계를 대며 회피한다며 국정감사의 어려움을 호소한다. 그들 말대로 공기업을 포함한 행정부처 일부가 국정감사를 지나가는 바람처럼 여기는 분위기가 있는 것은 일견 사실이다. 그러나 후원금을 받으며 감사하는 의원은 행정부를 지적하는 데 한 점의 부끄럼이 없는지 솔직하게 되짚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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