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번 금융위기 극복과정에서 추진한 각종 경기부양책의 비용을 톡톡히 치르게 될 것이라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의 경고는 귀담아들을 만하다. 버핏 회장은 엊그제 열린 버크셔 주주총회에서 “구제금융과 경기부양책으로 달러가치가 앞으로 5~10년간 떨어질 것이며, 특히 달러의 구매력 하락은 인플레이션을 가중시킬 것”이라며 부양책의 후유증이 클 것임을 우려했다. 그는 또 “미국의 주택시장이 정상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소비회복은 아직도 멀었다”며 섣부른 낙관론도 경계했다.
버핏 회장의 경고는 지금 당장은 아니겠지만 앞으로 경기회복 과정에서 나타날 부작용에 대한 선제대응을 요구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사실 지금 세계경제는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의 대대적인 통화공급과 파격적인 금리인하 등에 힘입어 큰 고비를 넘긴 것으로 평가된다. 금리는 제로 수준으로 떨어져 있고 시중자금은 유동성 과잉을 우려할 정도다. 그러나 그에 따른 부작용도 점차 가시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기축통화로서 달러화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달러가치가 떨어지면서 원자재 가격은 최근 슬금슬금 오르고 있다.
버핏 회장의 우려대로 달러가치가 계속 하락한다면 세계경제는 또 한번 홍역을 치를 수밖에 없다. 달러하락은 금ㆍ구리ㆍ원유 등의 상품 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질 경우 각국은 긴축정책을 펼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세계경제는 다시 침체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아직 실물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비쳐 버핏 회장의 경고는 지나치게 성급한 것으로 평가된다. 앞으로 과도한 유동성에 따른 달러가치 하락과 물가불안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은 실물경제 회복을 위한 부양책이 필요하다. 국내에서도 최근 대규모 무역흑자와 금융시장 안정세 등을 근거로 낙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으나 경계해야 한다. 당분간은 경기회복에 주력해야 한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달러화와 물가 움직임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는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