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정책의 책임자인 윤진식 산업자원부장관이 대일무역적자에 관해 의미 있는 문제제기를 했다. 윤장관은 3일 한국무역협회 주최로 열린 무역업계와의 간담회에서 “평소 대일무역적자를 해결할 방안이 없는지 고심해 왔다”며 “대일무역적자 해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윤장관은 “우리나라는 열심히 수출해 번 돈을 일본에 갖다 바치는 대일 종속적 교역구조를 갖고 있다”면서 “이제는 기존의 수출과는 다른 한 차원 높은 새로운 수출 전략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윤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듣기에 따라서는 `낡은 레코드 판` 일 수도 있다. 대일종속적 교역구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그에 대한 진단과 처방도 수없이 나왔다. 그러나 그가 거시정책을 다루면서도 `대일무역 역조문제`를 주의 깊게 보아왔다는 사실과, 한 차원 높은 수출전략이 필요하다는 그의 인식에 기대를 갖게 된다. 지금 우리의 교역환경은 대일적자해소를 위해 근본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에 와 있기 때문이다.
대일무역역조는 우리 경제의 사활이 걸린 문제로 다가와 있다. 지난해 한국은 대일 무역에서 147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103억 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올렸는데 일본 한나라와의 교역에서 기록한 적자가 흑자액 보다 43억달러나 많다는 얘기다. 이 같은 적자규모는 1996(156억달러) 1995년(155억달러) 이후 최대치이고, 한동안 줄어드는 듯하다가 급증세로 돌아섰다는 점에서 문제다.
올 들어서도 대일무역 적자행진은 더욱 숨 가빠지고 있다. 작년까지만도 무역수지는 전체적으로는 흑자기조를 유지했으나 올해는 이마저 적자로 반전돼 3월까지 8억4,000만 달러의 누적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 중 대일적자는 40억달러 대에 이르러 이대로 가다간 올해 대일무역적자 규모가 사상 최대를 기록할 우려마저 있다.
우리나라는 1965년 한일수교 이후 40년 가까이 일본과의 교역에서 한해도 빼지않고 적자를 기록했다. 우리의 수출산업은 소재와 부품에서 대일의존도가 높아 수출을 하면 할수록 대일적자가 커지는 구조라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정부는 지난 수십년 동안 앵무새처럼 되 뇌여온 부품 소재산업 육성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을 해야 한다. 일본 경제는 저물가 저성장의 장기침체에 빠져있다. 장사가 안되면 물건값이 싸지는 것이 정상이다. 일제 수입품의 가격에 문제가 없는지, 부품ㆍ소재 만이 아니라 완제품수입에는 문제가 없는지 따져봐야 한다. 우리와 여건이 비슷한 홍콩 타이완 싱가포르 등은 대일적자를 크게 줄였는데 우리나라만 늘어난 것은 `봉` 냄새가 난다. 윤 장관의 참신한 타개책을 기대해 본다.
<대전=박희윤 기자 hypar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