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4월 14일] 면류산업으로 한식 세계화 박차를

우리나라에서 국수는 예로부터 행운ㆍ건강ㆍ축복의 의미를 담고 있었다.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고려도경'의 '밀가루 값이 매우 비싸 잔치 때가 아니면 먹지 못한다'는 부분을 보면 당시 국수는 잔칫날이 아니면 먹기 어려웠던 음식임을 알 수 있다. 밀 생산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생일ㆍ혼례 등 경사스러운 날에만 맛볼 수 있는 특별음식이었는데 이는 길게 이어진 면발 모양과 관련해 장수, 결연(結緣)이 길기를 기원하는 뜻으로 '행운ㆍ재물ㆍ건강ㆍ행복ㆍ사랑'의 의미를 담은 음식이었다. 지난 1960년대 우리나라에 라면문화가 생긴 이후 국수는 현재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가장 쉽고 빠르게 즐길 수 있는 간편식의 대명사가 됐다. 우리나라의 면류산업은 이후 점차 발전, 1970년대 초반부터는 수출을 시작해 신라면의 경우 현재 세계 70여개국에 수출되면서 한국의 맛과 문화를 알리는 한류 홍보대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더불어 최근에는 쌀 함량이 20~30%대에 머물던 쌀면도 2009년 국내 기술로 쌀 함량을 90%까지 끌어올린 쌀국수가 개발돼 면류산업의 기술력이 일본이나 이태리에 비해 탁월하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한식 세계화의 두가지 조건은 바로 문화와 기술(표준화)이다. 둘 중 하나만 충족해서는 세계 시장에서 성공을 보장하기 어렵다. 우리의 역사ㆍ문화ㆍ상징을 담고 있더라도 산업적으로 표준화되지 않으면 전세계 고객에게 동일한 맛과 형식으로 접근하기 힘들며 기술적인 표준을 갖췄더라도 문화가 빠져 있으면 그들을 유혹할 수 없다. 한류, 한식 세계화가 식품업계는 물론 정부의 최대 화두인 요즘 라면을 비롯한 면류산업의 경쟁력을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기존에 추진하고 있는 콘텐츠에 우리의 고유한 문화와 기술이 집약된 면류 산업을 더욱 육성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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