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을 수 있는 우연인가, 아니면 박찬호의 기적적인 부활을 예고하는 것인가.
뉴욕 메츠 서재응(26)이 제2의 박찬호(30ㆍ텍사스 레인저스) 신화를 만들 주인공이라는 증거 아닌 증거가 나왔다.
풀타임 메이저리거 첫 해에 팀내 제 2선발로 우뚝 선 서재응의 전반기 성적이 박찬호의 풀타임 빅리거 첫 해 성적과 승패, 방어율만 같다면 우연이라고 할 수 있는데 투구 이닝, 자책점까지 신기할 정도로 똑 같아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13일 필라델피아 필리스전을 끝으로 전반기를 마친 서재응의 성적은 5승 5패. 박찬호가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1996년 올린 성적과 같다. 당시 박찬호는 선발과 중간을 오가며 48경기에 출장해 5승 5패를 기록했다.
승패만 같다면 신기할 일도 아니다. 투구 이닝과 자책점까지 꼭 같아 방어율도 3.64로 숫자하나 다르지 않다. 박찬호는 108⅔이닝에서 48실점(44자책)했고 서재응은 전반기 18번의 경기 중 17번을 선발로 등판해 108⅔이닝 동안 52실점했다. 물론 자책점은 박찬호와 마찬가지로 44점이다.
잘 짜여진 각본처럼 들어맞는 숫자들이 박찬호 성공 신화의 2탄을 일러주는 예시처럼 여겨질 정도다.
97년 4월 말 이후 선발로 고정된 박찬호는 96년부터 6년간 80승을 올리는 성공신화를 썼다. 97년 이후 매년 두자릿수 승수를 올렸고 2000년에는 개인 최다인 18승을 기록하는 기염도 토했다.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풀타임 6년 동안 FA 자격을 얻은 박찬호는 2002년부터 5년간 6500만 달러(한화 약 780억 원)라는 천문학적인 몸값을 따내는데 성공해 메이저리그에서 아메리칸 드림을 일군 첫 한국인이 됐다.
서재응은 오른 팔꿈치 수술로 박찬호보다 세 살 늦은 26세에 풀타임 빅리거가 됐다. 3년 늦은 만큼 박찬호의 위상을 쫓아가는 속도도 빠르다. 자로 잰 듯한 제구력을 바탕으로 풀타임 첫 해에 붙박이 선발로 고정됐고 전반기에서만 5승을 올려 올 시즌 두자리 수 승수도 기대할 수 있다.
서재응이 제 2의 박찬호가 될 것인지 아닌지는 올 시즌 종료와 동시에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박희정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