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 조작 수사 최종발표] 조급증·야욕이 세기적 사기극 불러

김선종씨 섞어심기 여러번 시도…황박사는 데이터조작 진두지휘

검찰의 12일 줄기세포 수사 발표는‘성과 지상주의’에 사로잡힌 황우석 박사의 논문조작 지휘와 개인적 성공의 야욕에 불탄 김선종 연구원의‘줄기세포 섞어심기’라는 단독 범행이 결합한 사기극이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사건의 핵심인 환자맞춤형 줄기세포 조작은 지난 2004년 10월5일 당시 황우석 서울대 연구팀 실험실의 NT-2 체세포 배반포 세포가 죽어가면서 시작됐다. 이때 황 박사가 실망감을 표시하자 세포 배양을 책임진 김 연구원은 미즈메디 병원에 가서 수정란 줄기세포를 가져와 NT-2가 있는 배양용기에 섞어심어 마치 환자맞춤형 줄기세포 덩어리(콜로니)가 형성된 것처럼 꾸몄다. 이후 원래 있던 체세포 배반포는 죽었고 수정란 줄기세포는 잘 자랐다. 김 연구원은 권대기 서울대 연구원 등과 같이 배양과정에 참여했기 때문에 섞어심는 과정을 들키지 않기 위해 연구실의 불을 끄라고 지시하는 면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황 박사나 기타 연구원은 평소 김 연구원이 배양용기에서 콜로니를 떼어내는 손재주가 뛰어나‘신의 손’으로 불릴 정도여서 이 같은 범행에 감쪽같이 속았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한번의 섞어심기가 성공하자 다른 미즈메디 수정란 줄기세포도 가져와 NT3ㆍNT4ㆍNT5 등 가짜 환자맞춤형 줄기세포를 계속해서 만들었다. 황 박사는 김 연구원의 섞어심기로 탄생한 수정란 줄기세포 콜로니가 환자맞춤형 줄기세포인 것으로 믿은 상태에서 배양 중이던 줄기세포들이 2005년 1월9일 서울대 실험실 오염사고로 죽자 실험데이터 및 사진조작을 지시해 2개이던 실제 줄기세포를 11개를 만든 것처럼 조작해 2005년 사이언스 논문에 게재했다. 하루라도 빨리 환자맞춤형 논문을 발표하려는 황 박사의 조급증과 이에 따라 뭔가 성과를 내야 한다는 김 연구원의 압박감과 개인적 욕망이 어우러져 이 같은 초유의 대형 사고가 터졌다는 게 검찰의 분석이다. 황 박사는 2004년 체세포 복제 줄기세포에서도 DNA 지문분석 등 기본적인 검증절차도 거치지 않는 등 데이터 조작을 진두지휘했다. 2003년 3월 여성 난자의 핵이식을 통해 만든 체세포 줄기세포인 NT-1 DNA 지문분석을 할 때 김 연구원의 실수로 DNA 추출에 실패하자 NT-1에서 추출한 DNA와 동일 여성의 체세포에서 추출한 DNA의 동일성을 분석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절차를 무시한 채 2004년 논문 작성을 강행했다. 결국 2004년 논문도 작성과정에 결정적 하자가 발견됨으로써 체세포 복제 줄기세포가 아닐 수 있다는 의혹이 여전히 남아 있고 처녀생식 가능성까지 거론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황 박사와 김 연구원이 이번 조작사건의 양대 주범이라면 강성근이병천 서울대 교수, 윤현수 한양대 교수 등은 논문조작과는 관계없이 연구비 편취라는 죄목으로 불구속 기소된 종범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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