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방부가 스텔스 전폭기를 한국에 배치하고 행정부 고위관계자들이 6자회담이 결렬될 가능성을 대비한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고 발언수위를 높이는 등 북한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 인터넷판이 27일 진단했다.
미 국방부는 26일 F-117 스텔스 전폭기 15대를 한국에 배치하겠다고 밝혔으며이에 앞서 25일에는 9년 동안 북한에서 계속해 온 한국전쟁 때 전사한 미군 유해 발굴 작업을 갑자기 중단했다.
로런스 디리타 국방부 대변인은 "북한이 불확실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으며 이런 분위기 속에서는 발굴팀 책임자들이 그 곳에 있을 때가 아니라는 판단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프 힐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도 26일 하원 국제관계소위에 출석해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는 시한을 정하고 싶지는 않지만"언제까지나 계속될 수는 없다"며 행정부는 "어떤 방법이나 형식을 동원해서든" 북한의 핵프로그램을 포기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소위에 함께 출석한 리처드 롤리스 국방부 동아태담당 부차관은 "미 행정부가 북한이 6자회담을 포기하는 전략적 결정을 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그런 상황을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AP통신에 따르면 힐 차관보는 이날 "북한이 이웃 중국의 개혁 프로그램 성공에서 교훈을 얻는데 관심을 보이지 않고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며 "그것은 정말 문제이며 결국은 그들을 파멸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만성적인 식량난과 망가진 의료체계 때문에 북한이 엄격한 공산주의체제가 유지될 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북한과의 친밀한 관계로 볼 때 중국이 북한을 설득할 주요 책임을지고 있다"면서 "중국이 우방인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도록 설득하지 못하면6자회담은 실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북한은 핵무기 개발이라는 '기념비적인' 문제 해결을 최우선시해야하는데도 가끔 미국이 던지는 경멸적인 말투 등 '사소한' 문제에 집착하는 모습을보인다고 불만을 표시하고 "우리는 북한의 미래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문제를 논하고 있는데 그들은 과연 진지한지, 지금으로선 대답을 못하겠다"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그러나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 "발언 수위가 높지만 미국이북한에 대해 군사적으로 취할 수 있는 선택은 별로 없다"고 전망했다.
공중 폭격을 통해서는 이동하거나 숨어있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제거할 수 있다고 장담하기 어렵고, 북한측도 남한에 상당한 타격을 입힐 화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신문은 분석했다.
한편 월스트리트 저널은 미국은 지난주 북한 대표단과 뉴욕에서 비밀리에 만났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