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일변도 노동운동 변화 불가피

민주노동당이 제3당의 지위를 확보하는데 성공함에 따라 툭하면 파업해서우리사회를 불안에 몰아넣었던 우리나라 노동운동도 자체적인 변화가 불가 피하게 됐다. 머리띠를 두른 후에야 비로소 노조의 존재를 인정하고, 파업을 해야 뭔가얻을 수 있다는 경험을 쌓게 만든 재계도 상황에 맞춰 관점과 행동에 변신 을 모색해야 된다는 지적이 많다. 16일 노사문제 전문가들은 민노당의 원내진출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노동운동’을 창출할 새 전기를 맞은 만큼 노나 사나 새로운 환경을 잘 활 용해야 된다는 주문을 냈다. 민노당 의석 10석은 우리나라 노동과 경제정책의 방향을 크게 틀어 놓을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 친노, 진보정치를 표방해온 노무현 대통령과 여당인 열린우리당과 정책공조를 펼쳐나갈 경우 민노당이라는 입과 몸을 통해 노동자들의 철학과 의지를 장외가 아닌 안방에서도 충분히 관철시켜 나 갈 수 있는 환경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알릴 방법과 힘이 없어서…’라 는 장외투쟁의 명분이 사라진 셈이다. 권영길 민노당 대표가 16일 총선 후 첫 기자회견을 갖고 “10명의 국회의원이지만 정책연수와 의원보좌관 풀(pool)제를 통해 50명이상의 국회의원이 활동하는 효과를 내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원덕 노동연구원장은 “초기 조정기간에는 다소 혼란도 있 겠지만 산업현장의 긴박한 대결구도가 국회로 수렴됨에 따라 장기적으로는 노사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런 점에서 민노당의 최근 움직임이 고무적이다. 민노당은 핵심기반인 민 주노총을 정점으로 한국노총 등 노동계와 진보시민단체를 활용해 진보정책 을 개발, 사회이슈로 부각시킬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민노당과 민노총은 주 5일제, 비정규직 차별 문제, 국민연금과 법인세 개편 등 노동계 문제를 국회입법과 정부정책 결정과정에 반영한다는 취지로정례협의회를 가동시킨다. 이는 민노총 초대위원장인 권 대표가 지난 2월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밝혔고, 이수호 현 민노총위원장이 16일 “협의채널을 가동해 노동현장의 문제들이 국회로 수렴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말한 것에서 뒷받침된다. 우리나라 노동운동의 거대한 실험이 ‘노동자 국 회의원’ 배출로 시작된 셈이다. 동원증권 송상훈 연구원은 “투쟁하지 않는 노동조합은 의미가 없는 것이지만 그간 민노총 등 노동계 내부에서도 강경 투쟁방식에 대해 고민이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세력화에 성공했음에도 갈등을 장외로 가져가는 것은 국민들에 대한 배신”이라고 논평했다. 소프트한 노동운동은 강경 노동운동보다 오히려 노조의 저변을 더 키운다. 우리나라 노조조직률은 2002년 말 기준 11.6%로 1989년 말 19.8%을 정점 으로 매년 하락해왔다. 노조조직 대상 임금근로자 1,383만명 가운데 노조원은 대기업중심의 160만명에 불과한 것. 대기업과 노동단체들이 주도한 파업에서 중소기업 노동자들은 오히려 더 피해를 봐야 했던 게 현실이다. 민노당 출범 후 불안논리를 확산시키고 있는 재계쪽도 전향적인 자세가 주 문되고 있다. 노조는 기업경영에 걸림돌이라는 공업주의시대의 재계의 관점과 대처방식이 달라지지 않는 한 강경투쟁의 악순환은 끊어지지 않게 돼 있다는 게 노사문제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 기업전문가는 “결국 기업들 도 불투명한 경영으로 꼬투리를 잡히지 않아야 노조의 논리를 압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세계 초우량기업들의 사례를 주목해야 된다고 말했다. AT&T, 코닝, 휴렛팩커드, 모토로라, 도요타 등 초우량기업치고 노사가 아옹 다옹하는 경우는 없다는 것이다. 정승량기자 schung@sed.co.kr <저작권자ⓒ 한국i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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