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는 기회” 제2의 도약 준비하는 ‘스틸플라워’

이달 말 순천공장 완공… 연간 20만톤 체제
내진 구조물 등 新시장 진출 채비도

포항의 건실한 후육관 업체인 스틸플라워는 미국의 ‘리먼사태’로 불거진 금융위기 여파로 뼈아픈 시기를 보내고 있다. 후육관은 석유나 천연가스 등의 해양플랜트 구조물이나 송유관, 발전소 열배관재로 주로 쓰이는 파이프를 말한다. 스틸플라워는 후육관을 전문 생산하고 있는데, 해외비중이 95%를 차지할 정도로 밖에서 알아주는 ‘히든챔피언’이다. 매출은 2007년 841억원에서 2008년 1,489억, 2009년 1,688억원으로 껑충 뛰면서 호황을 누려왔다. 하지만 리먼사태 여파는 2009년 전조를 보이더니, 올해 치명적으로 다가왔다. 올 9월말 현재 매출액은 1,264억원으로 4분기에 아무리 열심히 해도 2009년 실적을 넘지 못할 게 자명하다. 이익면에서도 9월까지 45억원의 적자가 났고, 연말까지 겨우 ‘본전’을 맞추면 다행일 정도다. 상장 첫해인 작년 384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던 것에 비하면 초라한 수준을 넘어, 생존을 걱정해야 할 위기상황에 몰린 것이다. 스틸플라워도 리먼사태가 이렇게 까지 번질 지 상상 못했다. 적절한 대비도 없었다. 전세계 후육관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다 보니, 눈에 보이는 실적에 빠져 사업다각화 등에 소홀히 해 온 게 사실이다. 김병권 사장도 “회사가 자만했던 것은 아니지만, 고속성장에 취해 원가절감 노력 등을 게을리 하는 등 자만했던 것은 사실”이라고 자인했다. 올해 실적은 회사는 물론 투자자들도 의외로 받아들여 지고 있다. “‘스틸’(철강)이 ‘꽃’(플라워)피는 세상을 만들어 보겠다”는 당찬 포부로 사명을 ‘스틸플라워’로 지은 김 사장의 의욕도 꺾이는 듯 하다. 하지만 지난 18일 포항 본사에서 만난 김 대표는 ‘리먼사태’로 얻은 교훈을 천천히 복기하며 새 활로를 찾는데 여념이 없었다. 의기소침한 모습은 찾을 수가 없었다. 오히려 작년 상장때 보다 더 의욕이 충만해 있다는 게 회사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실제 김 사장은 지난 17일에 저녁에는 같은 식당에서 두개 모임을 번갈아 가며 참석할 정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13년간 잘 다니던 포스코를 나와 지금의 스틸플라워를 키울 때까지 김 사장은 늘 패배의식과는 담쌓고 살아왔다. 김 사장은 사석에서 “박정희 대통령의 업적 중 가장 위대한 것은 당시까지 패배의식에 젖어 있던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잘살아보자’는 긍정 철학을 심어준 게 가장 컸다”고 얘기할 정도로, 늘 긍정적이라는 게 주위 평가다. 김 사장은 한국거래소 주최의 탐방IR을 처음에는 거절했다. “실적으로 말하겠다”는 고집때문이다. 김 사장은 “올해 실적이 안좋게 나오는데, 거창한 목표를 제시하면서 말을 앞세우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조용히 내실을 다녀 내년에는 흑자전환하는 모습을 직원들이나 투자자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의 집요한(?) 부탁으로 결국 탐방IR이 성사되긴 했지만, 김 사장은 조용히 새 활로를 찾겠다는 스탠스에는 변함이 없다. 김 사장이 탐장IR에 응한 것은 업황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분위기도 작용했다. 그만큼 내년 실적을 자신있어 한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김 사장은 “에너지 소비수요 증가로 리먼사태 이후 중단됐던 신증설 파이프라인 프로젝트가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강관시장 중 후육관 비중은 2011년 6.0%(1억1,300만톤), 2013년 7.0%(1억1,600만톤)으로 지속 성장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김 사장은 “전세계 에너지 소비수요가 증가하면 심해나 극한지역 에너지 발굴 수요가 증가하고, 열병합 및 원자력 발전소 건설 신규수요 증가 등으로 후육관 니즈(Needs)는 확대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달 말 순천공장이 완공되면 연간 20만톤의 후육관 생산능력을 보유하게 된다. 9월말 현재 수주잔고는 6만톤으로 6~7개월 분량이지만, 앞으로 수주물량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스틸플라워는 순천공장 완공으로, 앞으로 대소형 후육관은 포항공장에서, 중형 후육관은 진영공장에서, 해양플랜트 사업관련 대구경 후육관은 순천공장에서 생산하는 체계를 갖추게 됐다. 순천공장 완공은 스틸플라워에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순천공장이 완공되기 전까지는 후육관 생산을 외주로 많이 돌렸었다. 그랬더니 물류비용이 높아 생산효율성이 전혀 나지 않았다. 올해 적자폭이 커진 것도 이같은 외주물량에 따른 물류비용 증가도 한 몫 했다. 후육관 생산을 위해 외주를 줄 경우 전체 가격에서 5% 이상의 물류비용이 추가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장은 “순천공장은 항구가 가깝고, 대구경 후육관을 한곳에서 자체 생산하기 때문에 생산물류비용이 절감되고, 고객신뢰 차원에서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상당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김 사장은 현 포항공장 부지를 활용해 장기적으로는 후육관 생산량을 연간 40만톤으로 확대한다는 구상도 하고 있다. 김 사장은 또 뉴비즈니스 플랜으로 ▦해양풍력 사업(파운데이션, 재킷, 모노파일 등) ▦각형강관 사업 ▦3D 곡가공 사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제2의 리먼사태’가 터져도 대비할 수 있게 ‘잘 할 수 있는 영역’에서 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히고 있는 중이다. 그중에서도 각형강관 사업은 야심차게 막 준비하는 사업이다. 각형강관은 원형이 아닌 사각형태로 내진 건물 구조용으로 주로 쓰인다. 지진이 빈발하는 일본에서는 각형강관이 내진에 강해 건물구조용에 필수적으로 쓰이지만, 국내에는 전혀 사용되지 않고 있다. 123층 높이로 지어질 예정인 잠실 제2롯데월드 건물에 국내 처음으로 각형강관 납품을 시도하고 있지만, 실적이 없어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스틸플라워 관계자는 “화재나 지진 등으로부터 우리나라가 안전지대가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 내진설계 등의 건축규제가 강화될 전망”이라며 “기존의 H빔을 내진용의 각형강관이 대체하는 수요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틸플라워의 각형강관 비즈니스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최근 시제품을 만들어 일본에 보내, 현지 권위있는 기관으로부터 품질테스트를 요청해 놓은 상태다. 빠르면 내년 1월이면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한다. 결과가 나오면, 스틸플라워는 전사적으로 나서, 잠실 제2롯데월드는 물론 고층건물의 내진 구조용으로 H빔 대신 각형광관을 사용하도록 대대적인 판촉에 나설 계획이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지만, 토목이나 내진 건축 및 하중이 큰 구조물에 기존 H빔 대신 각형강관이 대체된다면 시장규모는 어마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김 사장이 야심차게 추진하는 사업은 또 있다. 건축용 3차원 곡가공 사업이다. 지난 10월 건축용 곡가공 생산라인을 완공하고, 동대문 디자인 프라자 외판 곡면 1만㎡ 규모의 오더를 확보했다. 내년 1월에는 3D 레이저 절단기도 도입, 건축용 AL 곡면판 양산을 계획중이다. 3D 곡가공 사업은 건축외장재 뿐만 아니라 고속전철, 위그선, 소형선박 등의 겉면 판재에도 활용될 수 있어 시장이 무궁무진하다. 김 사장은 “소형선박의 경우 해양 환경오염 문제로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판재에서 알루미늄 판재로 재질을 변경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며 “국내 시장은 연간 2,000억원으로 추정할 정도로 큰 시장”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김 사장은 실적에 취해 자만해 있을 때는 소홀했던 원가절감에도 요즘들어 부쩍세심하게 신경쓰고 있다. 김 사장은 앞으로 50% 이상의 원가절감이 목표다. 한 예로 후육관 제작시 용접소재를 아끼기 위해 기존 ‘V’자 홈을 변형해 소재가 덜 들도록 하면서 원가의 40% 가량을 절감하고 있다. 김 사장은 전사적인 원가절감에다 새로운 비즈니스를 보태 스틸플라워를 어떤 악재에도 끄떡하지 않는 초우량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다시 세웠다. 그는 사석에서 스틸플라워 상장시 객관적인 기업가치를 통한 적정 공모가가 1만8,000원 수준이었다며 목표주가를 최소한 이 정도 수준까지는 맞춰야 하지 않겠느냐는 취지로 말했다. 김 사장은 “회사가 현재 많이 바뀌고 있다”며 “위기라고 생각하고 주저앉으면 위기가 현실이 되겠지만,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지금의 위기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내년 흑자전환을 확신하는 김 사장에 말에는 그 어느때보다 비장함과 무게감이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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