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바둑을 충칭 현지에서 지켜본 김성룡7단(현재9단)은 백16이 마지막 패착이라고 말했다. 참고도1의 백1 이하 5를 아낌없이 두어치우고 7로 중원을 부풀렸으면 아직은 계가바둑이라는 주장이었다. 구리의 흑21이 기민하고 정확했다. 김성룡은 이 수를 극구 칭찬했다. “정말 동물적인 감각이다. 구리의 진가가 그대로 나타난다.” 흑21은 무서운 노림을 지닌 수였다. 백이 대처하지 않으면 참고도2의 흑1로 절단하는 순간 사건이 터진다. 백2로 저항해도 흑3 이하 9의 절묘한 수순에 의해 분단된 백대마가 잡혀 버린다. 백24는 그 절단수를 읽고서 간접적으로 보강한 수였다. “나는 우상귀 방면의 흑을 단 2집으로 압박하게 되어서는 백이 이기는 바둑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흑이 37로 따낸 후에 찬찬히 계가를 해보니 이미 때가 늦어 있었다.” 조한승의 고백이었다. “조한승이 너무 부드럽게 둔 것 아닌가?” 필자가 김성룡에게 물었더니 그가 웃으며 대답했다. “부드럽게 가는 게 일단 구리한테는 최선이에요. 사납게 가면 구리는 더 사나워지는 녀석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