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미ㆍ중 전략 경제대화'의 개막연설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맹자'의 한 구절을 인용했다. "산중에 난 좁은 길도 계속 다니면 곧 길이 되고, 다니지 않으면 곧 다시 풀이 우거져 길이 없어지고 만다(山徑之蹊間 介然用之而成路 爲間不用 則茅塞之矣)." 오바마는 맹자 중에서도 진심(盡心) 하편을 빌려와 양국의 지속적인 대화와 협력을 강조했다. 상대방이 잘 아는 고전을 인용해 자신의 생각을 완곡하게 전달하는 것은 전통적인 외교 수사법이지만 최강국임을 자부하는 미국 지도자도 맹자 몇 구절은 알아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음을 보여준 사례다. 이쯤 되면 한국의 리더들도 예외가 될 수 없다. 맹자는 유학의 시조인 공자(孔子)에 버금가는 성현이라는 뜻으로 아성(亞聖)으로 추앙받는 인물이며 그의 말씀을 편집해 묶은 '맹자'는 '논어'와 함께 대표적인 유가(儒家) 경전으로 꼽힌다. 대만대 교수인 저자는 "맹자가 공자의 유가 사상을 잇는데 가장 큰 공헌자"라고 평가하면서 맹자가 공자의 단편적인 유가 사상을 어떻게 정리해 사상적 체계를 완성했는지를 살펴본다. 특히 같은 현상을 두고도 사람마다 다르게 인식하고 판단하는 포스트모던의 시대, 가치관의 혼란기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맹자의 관점이 더욱 절실함을 강조한다. 그는 "'맹자'에서 제시하는 것은 온전한 가치관이다.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이며 사람은 왜 선을 행하고 악을 멀리해야 하는지, 그렇게 했을 때 어떤 즐거움이 찾아오는지 등에 대해 맹자는 아주 분명하게 설명해준다"며 현대인이 맹자를 배워야 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또한 저자는 맹자가 주장한 성선설(性善說)에 대한 일반적인 오해를 지적한다. 보통 성선설을 "인간의 본성은 원래 선하다"라는 의미로 아는데 맹자는 이같은 말을 하지 않았다는 것. 저자는 성선설의 핵심은 인간 본성 자체가 원래 선하다는 것이 아니라 '그 본성이 선으로 향한다(向)'는 점을 강조한다. 인간의 본성이 원래 선하다고 규정해버리면 유가에서 강조하는 실천, 노력 등의 의미가 퇴색돼 버린다는 얘기다. 더불어 현대인은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부족하기에 즐거움도 부족하다고 일깨운다. 진정한 즐거움은 경쟁과 승리가 아닌 진실함에서 나오는 것. 즉 마음이 원하는 바를 좇아 사람을 만나고 일을 할 때 느끼는 감격스러움에서 인성(人性)의 존엄과 가치, 진정한 즐거움을 구할 수 있다고 충고한다. 강의를 기반으로 한 설명형 문장도 쉬운 이해를 돕는다. 1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