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창업자금·수익분배가 "걸림돌"

['골목 상권' SSM 가맹점체제 도입 논의]
사업조정 신청 잇따르자 홈플러스 등 전환 검토
'경영권 독립 보장' 발런터리 체인도 대안 떠올라


프랜차이즈나 발런터리 체인 형태의 '가맹점체제 도입'여부가 대형마트와 중소상인간 갈등을 푸는 고리가 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방식은 현재 몇몇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 검토되고 있고 중소상인들은 아직 대체로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단계지만 양측이 '상생'을 도모할 수 있는 현실성을 어느정도 담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사상 처음으로 기업형 슈퍼마켓의 개점에 제동을 걸고 나선 데 이어 대형유통업체의 진출을 막기 위한 각 지방자치단체의 규제, 지역 상인들의 사업조정 신청도 전국적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 가맹점체제 도입 탄력받나= 지금껏 사업성과 관리 문제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던 대형유통업체들도 최근 SSM 출점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면서 프랜차이즈 전환에 대해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이번 사태의 핵심에 놓여있는 홈플러스측이 프랜차이즈 체제 도입문제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은 다른 업체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영세자영업들은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데다 본사와 가맹점간의 수익분배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어 시큰둥한 반응이다. 이와함께 지방의 일부 대형마트들이 도입, 운영해 성공적으로 평가받고 있는 발런터리 체인방식이 또 하나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즉 발런터리 체인은 대형 유통업체에게는 적은 비용으로 매장을 쉽게 늘릴 수 있고 점주는 경영 독립성을 보장받을 수 있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유통업체 입장에서는 매장관리 문제 등으로 위생사고 등의 위험이 뒤따르고 이익이 줄어들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가맹점체제 도입문제는 대형유통업체가 중소상인들에 대해 어느 정도의 자금 등 지원과 설득, 그리고 상생을 위한 과감한 결단에 크게 좌우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 봇물 터진 사업조정 신청=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지난 31일 현재까지 기업형 슈퍼마켓의 입점을 막아달라며 사업조정을 신청한 곳은 전국적으로 총 17곳에 달한다. 이는 지금까지 사업조정 신청이 중소제조업체를 중심으로 매년 4~5건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가히 폭발적인 증가세다. 기존에 알려진 인천, 청주, 서울 가락동 등 10곳 외에 추가로 천안 신방동, 서울 상계동, 용인 수지 등이 새로 추가됐다. 이 중 12곳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나머지 4곳과 1곳은 각각 롯데슈퍼와 GS슈퍼마켓을 상대로 한 것이다. 또 광주시 슈퍼마켓협동조합은 3일 광주 광산구 수완지구 롯데마트와 롯데슈퍼를 상대로 중소기업중앙회 광주ㆍ전남지회에 각각 사업조정 신청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대형유통업체를 상대로 한 사업조정 신청이 봇물을 이루고 있는 것은 최근 인천 갈산동에 입점 예정이던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에 대해 내린 중소기업청의 사업개시 일시정지 권고가 크게 작용했다. 실제로 중소 상인들의 모임인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는 중기청의 일시정지 권고를 이끌어 낸 데에 크게 고무돼 전국 각 지역 슈퍼마켓조합에 사업조정 신청을 지속적으로 독려하고 있다. 이 밖에도 마산시는 SSM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조례제정 방침을 발표하고 청주시도 대형마트와 SSM에 대한 교통부담금을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지자체가 직접 나서 SSM을 규제하려는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 한 발 물러선 대형유통업체= 기업형 슈퍼마켓에 대한 반발 기류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대형유통업체들은 일단 신규 출점을 보류한 채 향후 상황 변화를 지켜보고 있다. 지난달 30일 문을 연 이마트 에브리데이 쌍문점을 끝으로 기업형 슈퍼마켓의 출점 일정은 사실상 전면 중단된 상황이다. 홈플러스도 마산, 안양, 청주 등에서 익스프레스 매장을 열 계획이었지만 해당 지역 상인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모두 출점을 보류했다. 롯데슈퍼는 최근 광주 수완점과 상계 2동점의 개점을 연기한 데 이어 이번 주로 예정된 서울 가락동점의 오픈도 잠정 보류한 상태다. 또 이미 부지 매입을 마친 다른 지역의 점포 역시 개점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롯데슈퍼 관계자는 "올 하반기 약 20여곳의 점포를 열려던 당초 사업계획의 대폭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GS슈퍼마켓도 당초 8월로 예정된 남양주점의 오픈 일정이 불투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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