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인준 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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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바람이 부는가 싶더니 겨울의 문턱인 입동이 다가오고 있다. 이맘 때 쯤이면 유난히 많은 머리카락이 빠져 고민하는 남성들이 병원을 찾는다.
◇가을철 호르몬 변화로 인해 탈모증상 악화돼=
1년 중 가을은 머리카락이 많이 빠지는 계절로 알려져 있다. 털갈이가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사람의 머리카락은 동물의 털과 달라 특정한 털갈이 시기가 없다. 한국인을 포함한 동양인은 5만~7만개 정도의 머리카락을 갖고 있다. 이 중 대부분은 자라는 주기가 3~4년 정도다. 나머지 1%는 정상적으로 빠지면서 새로운 머리카락이 나는 휴지기에 속한다. 그러므로 일반적으로 하루에 50~70개 정도의 머리카락이 빠진다. 매일매일 털갈이를 하는 셈이다.
그러나 평소와 다르게 100개 이상의 머리카락이 빠진다거나 가을 바람에 가볍게 흩날릴 정도로 유난히 머리카락이 부드럽고 가늘어져 힘이 없어졌다면 유전적인 남성형 탈모를 의심해볼 수 있다.
우리 몸 속에 있는 남성호르몬은 DHT(디하이테스토스테론)라는 물질로 바뀌게 된다. 남성호르몬이 남성을 더욱 남성답게 만들어주는 호르몬이라면 DHT는 모발의 생명을 단축시키고 머리카락을 힘 없게 만들어 탈모를 일으키는 유전적 남성형 탈모의 주범으로 불린다. 남성이라면 누구나 몸 속에 DHT라는 물질을 갖고 있지만 모든 남성이 탈모를 겪는 것은 아니다. DHT에 유전적으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남성들에게서 탈모가 나타난다. 특히 가을은 밤이 길어지고 낮이 짧아지면서 남성호르몬의 분비가 왕성해지는 시기다. 때문에 가을이면 탈모를 일으키는 물질인 DHT도 자연적으로 많아지면서 평소 탈모 증상이 없던 남성들에게 탈모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모든 계절을 통해 탈모가 꾸준하다는 말들을 많이 한다. 현대 생활은 기온ㆍ햇빛 양 등 외부 환경의 영향을 덜 받는 대신 내재적인 스트레스나 생활양식 등의 영향을 더 많이 받으므로 '탈모에 계절이 없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가을철이면 탈모증상으로 피부과를 찾는 남성이 다른 계절에 비해 1.5~1.7배 많아진다는 통계 결과도 있다.
◇고민은 많이 하지만 전문가 상담은 소극적=
가을에 나타났던 탈모증상이 계절이 바뀌면서 다시 정상으로 되돌아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유전적 남성형 탈모는 진행성 질환이기 때문에 탈모증상을 발견했을 때는 이미 본격적인 진행단계에 접어든 경우가 많다.
안타까운 것은 부쩍 심해진 탈모 때문에 고민하는 남성들이 많아지지만 정작 의학적 치료를 등한시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탈모로 고민하는 남성 10명 중 1~2명만이 전문의와 상담해 탈모 진단ㆍ치료를 받는다고 한다. 반면 탈모에 좋다는 샴푸ㆍ발모제 등 비(非)의약품을 사용한다고 밝힌 남성은 10명 중 5~6명이 넘었다.
결국 이렇다 할 치료 효과를 보지 못하고 증상이 악화가 되고 나서야 불안한 마음에 병원을 찾는다. 하지만 유전적 남성형 탈모는 조기 치료가 가능한 피부과 질환으로 초기에는 '피나스테리드' 성분의 먹는 약과 미녹시딜 성분의 바르는 약과 같은 약물 치료만으로도 충분히 탈모 진행을 막을 수 있다. 특히 피나스테리드 성분의 먹는 약은 탈모의 원인인 DHT의 생성을 억제, 탈모증상을 근본적으로 개선시키는 치료제로 알려져 있다.
◇젊은층 환자 급증, 치료시기 빠를수록 좋아=
최근에는 유전적인 영향 외에 스트레스ㆍ음식ㆍ환경적 요인으로 탈모 남성의 연령층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20~30대 남성에게서 초기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고 심지어 10대에 나타나기도 한다.
따라서 '나는 아직 젊으니까' 하고 방심하기 보다는 '젊기 때문에'라는 마음으로 초기에 원인과 증상에 맞는 치료를 시작한다면 만족할만한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 인터넷에 떠도는 근거없는 탈모관리법에 의존하기 보다는 지금 바로 자신의 증상을 탈모 치료 전문의에게 진단받고 의학적인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이 순간에도 '탈모 준비'를 하는 건강한 머리카락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