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70년대 한국의 수도 서울에 고층빌딩이 들어서면서 시내 곳곳에 펼쳐져 있던 농지는 거의 사라졌다. 하지만 강동ㆍ중랑ㆍ노원ㆍ강북 등 서울 외곽지역에는 아직도 벼와 채소ㆍ과일 등을 재배하는 농가가 다수 남아 있다. 서울에서 최고의 땅값을 자랑하는 강남에도 꽃과 채소를 재배하는 농가가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3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내에는 2,130개 농가에 7,084명의 농업종사자가 살고 있다. 농사를 짓는 땅의 면적은 1,340ha로 여의도의 1.6배에 달한다. 지방에 비해 땅값이 비싼 만큼 서울의 농가들은 주로 부가가치가 높은 친환경 농산물을 재배하고 있다.
서울 강동ㆍ강남ㆍ송파구 등 동부지역은 시설채소를 재배하는 농가가 많고 강서ㆍ양천ㆍ구로구 등 서부지역은 벼농사를 짓는 농가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강남ㆍ관악구는 화훼, 중랑ㆍ노원ㆍ강북구는 배가 주요 재배작물이다.
지난해 서울에서 생산된 쌀은 1,371톤으로 전국 생산량의 0.03%를 차지했으며 채소는 0.3%, 배는 0.23%에 달했다. 철쭉은 55.7%로 전국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서울에서 생산된 농산물의 품질은 최고 수준이다. 강서구에서 '경북궁 쌀'을 생산하는 강한성(53)씨는 농약과 화학비료를 최대한 줄이고 밥맛 좋은 추청벼 품종을 사용해 인기를 끌고 있다.
인테리어 분야에서 일하다 외환위기 이후 농부로 직업을 바꾼 서상환(55)씨는 상추ㆍ케일ㆍ엔디브ㆍ아욱 등 40여 종류의 쌈 채소를 화학비료 없이 재배해 '무농약인증농가'로 선정되기도 했다.
최고령 농부는 강남구 수서동에서 1970년대 말부터 상추ㆍ근대 등을 키우는 홍영표(77)씨이며 최연소는 한국농업학교를 졸업한 뒤 강남구 세곡동에서 피튜니아와 팬지 등을 재배하는 윤민현(24)씨다. 가장 넓은 농지를 보유한 서울의 최고 부농은 강서구 개화동에 10만㎡의 논을 일구고 있는 서삼진(66)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