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뮤지컬 '댄싱섀도우'

완성도 높지만 '무거운 주제'
대중적 흡입력 부족 아쉬움


[리뷰] 뮤지컬 '댄싱섀도우' 완성도 높지만 '무거운 주제'대중적 흡입력 부족 아쉬움 강동효 기자 kdhyo@sed.co.kr 아주 시큼한 사과를 한 입 베어 먹은 느낌이다. 8일 얼굴을 드러낸 창작 뮤지컬 '댄싱 섀도우'는 달콤한 향기의 공연이 아니었다. 원작인 차범석의 연극 '산불'보다 더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다. 무대 배경으로 사용된 9m 높이의 나무 17그루와 자연빛을 강조한 라이트는 공연의 제목처럼 시종일관 무대를 그늘지게 만들었다. 주제의식도 강렬하다. 주인공 나쉬탈라는 "이 숲을 태우면 푸른 녹음이 사라지고 말아요. 우린 다시 숨쉬지 못할 거예요."라며 환경오염에 대한 메시지를 관객 앞에 호소한다. 또 다른 주인공 신다는 "전쟁은 절대 끝나지 않는다"고 절규하며 평화에 대한 염원을 토로한다. '위대한 캣츠비', '사랑은 비를 타고' 등 로맨틱한 사랑 이야기를 다룬 뮤지컬이 주류로 자리잡은 지금 뮤지컬 '댄싱 섀도우'는 분명 새로운 시도다. 달콤한 맛에 익숙한 관객들에게는 다소 맛 없고 떫은 과일처럼 느껴질 지도 모를 일이지만. 뮤지컬의 본고장인 미국 브로드웨이와 영국 웨스트엔드에서도 관객의 입맛을 맞춘 공연들 '메리 포핀스', '위 윌 락 유' 등이 인기를 끌고 있는데 과연 '댄싱 섀도우'가 내세우는 관객의 취향 바꾸기 시도는 성공할 수 있을까? 8년이라는 제작 기간, 세계적인 극작가 아리엘 도르프만의 희곡, 뮤지컬 '갬블러'의 음악을 담당한 작곡가 에릭 울프만의 음악… 모든 점을 고려했을 때 '댄싱 섀도우'가 완성도 높은 공연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대중적 흡입력 측면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작가 아리엘 도르프만은 "뮤지컬답게 밝고 유쾌한 유머를 삽입했다"고 말했지만, 그리 신나지 않다. 에릭 울프만의 음악은 국내 뮤지컬에서 보기 어려운 세련미를 선보였으나 국악과 탱고 춤의 퓨전은 정체성의 혼란을 부추긴다. 대중의 취향을 따라가지 않고 대중을 앞서가겠다는 발상만으로도 댄싱 섀도우의 도전은 큰 의미가 있다. 그래서 다소 아쉽다. 2,278석 규모의 예술의 전당 오페라하우스보다는 중극장에서 했다면 관객 동원의 고민도 덜 수 있지 않을까? 입력시간 : 2007/07/0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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