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총리가 15일 오후5시30분쯤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정부중앙청사 대회의실에 입장했다.
‘3ㆍ1절 골프’ 파문으로 총리직을 떠나는 그의 얼굴엔 비교적 담담하고 홀가분한 표정이 역력했다. 지난 2004년 6월30일 취임 이후 20개월16일 동안 실세총리로 국정의 2인자 역할을 했다.
그는 이날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말이 있는데 지난 열흘 동안 폭우가 쏟아지는 바람에 옷이 흠뻑 젖었다”며 속마음을 드러냈다. 이어 그는 “그러나 여러분들을 이렇게 웃는 낯으로 건강하게 헤어질 수 있어서 참 좋다”며 “그 동안 저 때문에 마음들 많이 상하시고 걱정도 하셨을 텐데 너그러이 이해해달라”고 덧붙였다.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과제들이 참 많다. 저출산ㆍ고령화사회에 대한 대책, 그리고 양극화에 대한 대책, 다가올 한미 FTA체결 이런 부분들이 다뤄야 할 중요한 과제들이다.” 이 총리는 떠나는 순간에도 못다한 일들을 거론하며 아쉬워하는 모습이었다.
그는 그러나 “저는 정당에서 여러 가지 선거를 치르고 공직생활을 하면서 지금까지 부정한 행위를 하거나 부끄러운 일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며 이번 골프파문과 관련된 각종 의혹들을 부인했다. 그는 이임사를 마치고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등 각 부처 장ㆍ차관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일부 장관들이 ‘고생 많았다. 수고하셨다. 애 많이 쓰셨다’는 등 위로의 말을 건네자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오후6시쯤 청사 정문계단에서 총리실ㆍ국무조정실 간부들과 기념촬영을 한 뒤 청사를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