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후 해결되기까지 무려 7년 '머나먼' 의료사고 해법

병원 협조 부족따라 의무기록 확보 어려워
대부분 소송으로 이어져 환자들 피해 심화
일각선 "피해구제법안 빨리 법제화돼야"

의료사고가 발생할 경우 해결에 무려 7년 가까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의료진과 환자들간 피해가 심화되는 것은 물론 의료기관에 대한 불신이 증폭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따라서 20년 가까이 국회에 꾸준히 제출되고 있는 ‘의료사고 피해구제법안’이 조속히 법제화 돼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27일 의료소비자시민연대가 2003~2007년의 의료사고 재판을 분석한 결과, 소송기간이 1심은 평균 2년7개월, 2심은 평균 3년10개월이 걸렸다. 현행 규정으로는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의료법에 따라 의료심사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거나 한국소비자원에 구제를 요청할 수 있지만 강제력이 없다 보니 다시 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시민연대는 “2003년부터 2007년까지 5년동안 상담했던 의료사고 건수가 8,000여 건에 달한다”면서 “의료기관의 과실이 분명한 의료 사고임에도 피해자들이 쉽게 보상받지 못하고 많은 시간과 비용을 허비하며 소송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밝혔다. 시민연대가 소송에 나선 환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병원과 의사의 협조 부족으로 의무기록 확보에 어려움을 겪은 환자가 41.1%나 됐다. 의무기록을 확보하더라도 병원이나 의료진에 대한 불신 등 인식이 부정적으로 변했다는 응답은 57.2%나 돼 환자들은 사고 후 대응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국회에 제출된 의료사고피해구제법안은 의료사고 소송으로 가기 전에 우선 조정절차를 통해 분쟁을 해결하도록 하는 강제 규정과 의료사고 원인을 의사가 입증하도록 하는 규정 등을 담아 진일보한 법안으로 평가 받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 후 의료계의 반발로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하고 있다. 4~5월의 17대 마지막 임시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또 의료사고 피해자에 대한 보호는 무위로 돌아갈 판이다. 한편 최근 부산지방법원은 지난 2005년 부산 모 대학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후 양쪽 다리가 마비된 이모씨가 병원과 담당의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피고측은 이씨에게 1억2,2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지금까지 환자나 가족 등 보호자들이 의사와 병원을 상대로 의료사고 여부를 입증해야 했으나 부산지법은 의사들이 직접 자신의 무과실을 입증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해 내린 결정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