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中 日 바둑 영웅전] 수순착오 하나

제3보(31~44)



역시 조한승9단의 예측은 조금도 틀리지 않았다. 흑31 이하 36은 그가 말한 그대로였다. 흑37의 응수는 절대. 여기서 박영훈이 모처럼 시간을 썼다. 8분을 숙고하고 백38로 헤딩을 했는데…. “흑이 받아 줄까?”(김성룡) “받아 주겠지. 백이 젖히는 게 너무 크잖아.”(김승준) 프로들은 백이 40의 자리에 선수로 젖히는 것을 눈뜨고 못 본다. 열이면 열 백38에 대하여 흑은 40의 자리에 받아 주게 마련이다. 그러나 천하 제일고수 이세돌은 받아 주지 않았다. 훌쩍 흑39로 날아올랐다. 이곳이 요소였다. 백40의 선수끝내기는 기분 좋지만 다음 순간 백42로 받아 주지 않을 수 없다. “백38이 성급했어요. 39의 자리부터 점령하고 봤어야 했어요.”(조한승) 참고도1의 백1이면 흑은 2로 받지 않을 수 없다. 그때 백3으로 헤딩하면 흑4로 받게 된다. 그때 백5, 7로 눌러갔으면 백이 나쁘지 않은 바둑이었다. 이 수순착오 하나가 하루종일 박영훈을 고전하게 만들었다. 흑43은 백44의 역습이 눈에 빤히 보이므로 두기 어려운 수순이었다. 그러나 이세돌은 겁내지 않고 이 수를 두었다. 사이버오로 생중계 사이트에서는 ‘흑의 고전’이라는 캡션과 함께 조한승의 가상도인 참고도2가 올라왔다. 정말 이대로 진행된다면 흑이 견디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이세돌은 어떤 변신을 보여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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