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北京) 일부 지역의 집값이 지난해 12월에 20%나 폭락해 중국내 많은 경제전문가가 중국 부동산 거품 붕괴의 전조가 아닌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울러 선전ㆍ광저우 등지의 부동산 경기냉각이 지속되고 있다.
11일 중국 관영 중앙(CC)TV에 따르면 중국 부동산지수계통연구기구가 베이징 일부 지역의 부동산 시세를 조사한 결과, 12월 첫째 주 10.09%가 하락했고 둘째 주에 0.75% 떨어진 뒤 셋째 주 12.88% 상승 과정을 지나 마지막 주에는 20.25% 하락해 전체적으로는 두 자릿수 하락세를 보였다.
이는 차오양구와 둥청구 등 베이징의 주요 지역을 조사대상에서 제외한 결과로 베이징 전반의 부동산 시세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없으나, 중국 부동산 시장의 거품 붕괴신호가 나타나고 있는 단초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처럼 베이징 일부 지역의 집값이 하락세를 나타낸 것은 중국 정부의 잇단 부동산 경기억제 정책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최근 1가구2주택의 판정 기준을 강화하고 주택담보대출 비율을 제한하는 규정을 통해 거주목적이 아닌 투기성 주택구매 규제도 강화했다.
또한 경기 과열과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10여년간 유지해 온 안정적 통화정책 기조를 포기하고 긴축 통화정책으로 전환했다. 여기에다 보유세에 해당하는 '물업세'도 일정 면적 이상의 고급주택에 부과되는 것이 검토되고 있어 부동산 투자심리를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의 부동산 경기 냉각은 베이징 일부 지역 뿐 아니라, 선전ㆍ광저우ㆍ상하이 등에서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CCTV는 부동산지수계통연구기구를 인용, 선전 지역의 지난해 10월 주택가격은 9월 대비 9% 하락했고, 광저우의 경우 11월 집값이 20% 가량의 하락폭을 냈다고 전했다.
이 지역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선전의 부동산시장은 이 기간 선전의 신규주택 거래량은 하루 60여건으로 한달 전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졌고, 선전ㆍ광저우 일부 지역에서는 부동산업체들의 대폭적인 분양가 할인행사가 본격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을 중국 부동산시장의 본격적인 조정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왕샤오광(王小廣)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경제연구소주임은 "중국 부동산시장은 이미 10년 이상의 번영기를 거쳤으며, 이는 전세계 어떤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일"이라며 "중국 부동산시장의 하락 변곡점이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CCTV의 '베이징 집값 하락' 보도는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베이징 차오양구의 한 부동산업체 관계자는 "요즘 베이징의 집값은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예년에 비해 상당한 높은 수준으로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중국 관영방송의 집값 하락 보도는 정부의 부동산 경기 안정의지가 반영된 작위적인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