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도 융합시대… 크로스오버차가 뜬다

지난 1월 미국에서 열린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는 다양한 디자인의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CUV)가 대거 출시돼 관심을 끌었다. CUV는 장르가 다른 차들의 특성을 섞어놓은 차를 말하는데, 갈수록 다양해지는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킬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다. CUV의 출시는 주로 SUV와 미니밴, 트럭 등 비(非) 세단을 주 차종으로 하는 회사에서 두드러진다. 고유가의 영향으로 점차 대형 차에 대한 수요가 줄고 소비자 성향이 점차 부드러운 이미지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SUV나 미니밴을 기본으로 세단의 승차감이 강조된 CUV가 많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는 아직 CUV를 표방한 차는 출시되지 않았지만 쌍용차가 작년에 출시한 카이런이 CUV의 개념을 가미한 차로 평가된다. 카이런은 SUV면서도 대형세단 뉴체어맨의 엔진 기술을 접목해 정숙성과 승차감을 갖췄다며 회사측은 `세단형 SUV'로 명명했다. 본격적인 CUV는 4월에 기아차가 내놓는다. 기아차가 카렌스 후속으로 개발한 UN(프로젝트명)은 소형 미니밴인 카렌스와 달리 SUV의 장점인 넓은 시야와 오프로드 주행성능을 확보하기 위해 차고를 높이고 차폭도 넓혀 세단의 승차감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또한 MPV(다목적차)처럼 넓은 실내 공간을 확보해 패밀리카로서의 기능도 확보했다고 기아차는 설명했다. 세단과 SUV, MPV 등 웬만한 차종의 장점은 모두 흡수한 셈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앞으로는 미니밴이나 SUV 등 하나의 특징만을 가진 차는 소비자의 시선을 잡기 힘들다"면서 "갈수록 여러 차종의 장점을 개발한 CUV가 대세가 될것"이라고 말했다. 수입차업체들은 국내 틈새시장을 노린다는 차원에서 CUV 출시에 더 적극적이다. 포드코리아가 최근 출시한 `프리스타일 리미티드'는 3.0ℓ V6 엔진과 첨단 무단변속기를 장착해 세단의 정숙성을 갖추면서 2,3열 좌석을 계단형으로 배치해 SUV의넓은 시야를 확보했다. 아울러 접이식 조수석을 적용해 긴 수화물의 적재가 가능하고 7인승 시트 변형을 통해 10여가지 형태로 다양한 공간 연출이 가능하다. 프리스타일은 미국에서 작년에만 7만6천여대가 팔린 인기모델이다. 볼보코리아가 지난달 내놓은 크로스컨트리 XC70은 일반 세단에 넓은 화물 적재공간과 오프로드 주행 기능이 가미됐고 크라이슬러가 작년에 출시한 퍼시피카는 외관은 고급 세단에 가깝지만 넓은 화물 적재공간으로 SUV의 장점도 갖췄다. 이처럼 최근 CUV의 출시가 잇따르고 있지만 국내 소비자의 반응은 아직까지는시큰둥하다. 카이런은 유럽에서는 월 3천대 가까이 팔리면서 주목받고 있지만 내수는 당초목표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월 1천500대 안팎에 불과하다. 쌍용차 관계자는 "카이런의 디자인이 워낙 파격적이기도 했지만 SUV와 세단의결합이 아직까지는 소비자에게 다소 낯설게 다가가는 것같다"고 말했다.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한국시장은 워낙 세단과 SUV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 CUV의판매가 부진하지만 갈수록 소비자의 취향이 다양해지고 CUV차종도 늘고 있어 판매가회복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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