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외환시장이 외국인 주식투자자금 유입이나 M&A자금 등 약간의 외환 수급 변화에도 심하게 요동치는 것은 환 위험을 헤지할 만한 다양한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통화옵션이나 통화선물 등 외환파생금융상품 시장이 워낙 왜소하다 보니 기업이나 금융회사들은 환위험 관리에 애로를 겪고 있다. 그나마 외환거래 자유화로 선물환이나 외환스와프 등의 거래규모가 확대되고 있지만 여전히 현물환 비중(50%)에는 못 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 2004년 현재 세계 외환 및 장외파생상품의 일평균 거래규모는 3조1,000억달러. 이 가운데 현물환ㆍ선물환ㆍ외환스와프 등 전통적 외환거래의 일평균 거래규모는 1조8,800억달러로 3년 전보다 74.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장외파생금융상품의 일평균 거래규모는 1조2,200억달러로 무려 112.2%나 급증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통적 외환거래 규모가 200억달러에 달한 반면 파생금융상품 규모는 20억달러에 그쳤다. 세계 전체 장외 파생금융상품에서 우리나라 비중이 0.1%에 불과한 셈이다. 이는 영국(42.6%), 미국(23.5%) 등 선진국은 물론이고 일본(2.6%), 싱가포르(1.1%), 홍콩(1.0%), 대만(0.2%)에도 크게 떨어지는 수준이다. 이래서야 국제 외환시장에서 기를 펼 수가 없다.
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외환시장의 깊이가 작아 헤지거래에 필요한 유동성 확보가 곤란하다”며 “환리스크 헤지를 위한 외환거래마저도 역외선물환시장(NDF) 등 국외로 이탈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실제 우리 외환당국이 통제할 수 없는 NDF 시장에서 국내 외국환 은행과 비거주자간 거래에서 자연히 발생하는 헤지용 거래가 왕성해지면서 연초 원화환율은 급락세를 보인 바 있다. 헤지를 위한 외환거래의 이탈이 다시 국내 외환시장의 유동성 부족을 가져와 빈곤의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