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호들갑 떠는 벤처캐피털

이상훈 기자 <성장기업부>

“바이오니아는 기술성 평가를 통해 가능성을 인정받았습니다. 이런 회사가 상장심사에서 떨어진다면 바이오 기업에 대해 수익성 요건을 면제시킨 취지가 훼손되는 꼴이 아닙니까.”(창투업계 관계자) “수익성 요건을 일부 면제해 심사를 청구할 수 있는 자격을 준 것뿐입니다. 기술성 평가를 거쳐 상장심사에 올라왔다고 해서 심사요건 자체가 달라지는 건 아닙니다.”(코스닥 상장 심사 관계자) 요즘 바이오니아 등 바이오 기업들의 코스닥 상장 심사가 당초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벤처캐피털 업계의 심기가 불편하다. 일부는 아직 심사가 진행 중인데도 이미 떨어진 것처럼 반응하고 있고 이런 분위기가 언론을 타면서 코스닥시장본부와 묘한 신경전까지 감지되고 있다 이런 기류는 차치하고 지난 4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개선된 ‘코스닥 질적 심사기준’을 살펴보자. 질적 심사는 시장성ㆍ수익성 등 5개 지표로 구성돼 있다. 개별 지표마다 세부적으로 다시 심사기준이 나눠지는데 기술성 평가를 통해 올라온 기업의 경우 이 세부기준 중 일부를 심사에서 빼준다. 이를 테면 시장성 지표의 경우 시장점유율, 경쟁자 현황, 주력시장 규모, 매출지속 여부 등의 세부항목이 있다. 이 가운데 시장점유율과 경쟁자 현황 항목은 심사하지 않는다. 이게 바로 특혜라면 특혜인 셈이다. 세부 내용을 꼼꼼히 체크해본 뒤 일련의 상황을 보면 벤처캐피털 쪽에서 상장심사라는 ‘거사’를 앞두고 너무 호들갑을 떤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일정 수준 이상의 사업성을 가진 업체만이 상장심사를 통과할 수 있다는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을 이해 당사자인 벤처캐피털이 마치 바이오 업체는 시장성이나 수익성 등의 지표가 심사에서 ‘통째로’ 빠지는 것인양 호도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아무리 기술이 뛰어나도 수익이 나지 못하면 상장시킬 수 없다. 왜냐하면 시장에 상장되자마자 얼마 있지 못해 퇴출 사유에 걸릴 게 뻔하기 때문이다. 투자자 입장에서 요즘 벤처캐피털의 반응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심사가 한창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러쿵저러쿵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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