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임시국회 민생법안 전념하라

정기국회가 9일 회기를 만료했으나 여야간의 어수선한 힘겨루기로 경색 정국이 계속되고 있다. 열린우리당이 한사코 국가보안법 폐지안 등 4대 법안을 처리해야겠다고 벼르고 한나라당은 물리적으로라도 이를 막아야겠다고 나서는 동안 각종 민생법안의 깊이 있는 심의가 이뤄지지 못한 상태다. 무엇보다 예결위의 계수조정소위가 늦게 가동한데다 여야간 입장이 달라 새해 예산안 심의가 정쟁의 파편을 맞은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열린우리당은 4대 입법의 임시국회 처리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예산안의 신속한 심의를 늦춰왔고 한나라당은 임시국회 봉쇄를 위해 조속 처리를 도모하는 촌극을 벌여왔기 때문이다. 또한 계수조정소위에서도 여당은 8,000억원의 증액을 목표로 한 반면 야당은 4조원 삭감을 벼르다 보니 타협점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더욱이 새해 예산안은 편성과정에서부터 과거의 보텀업(Bottom-up) 방식을 피해 톱다운(Top-down) 방식을 채택하는 새로운 시도를 모색했으나 막상 국회 심의과정에서는 지출한도를 내세우는 정부에 맞서 삭감이 쉽지 않은 현실이어서 국회 본연의 역할을 잃어버렸다는 비판이 무성하다. 혼란이 일기는 예산안 처리뿐이 아니다. 종합부동산세 부과와 등록세 인하 등이 담긴 각종 세법 개정안에서도 마찬가지다. 야당이 신속한 처리에 반대해 온 탓에 임시국회를 통해 연내 입법이 이뤄지지 않으면 조세형평 차원에서 정부가 추진하던 등록세 인하는 물론 주택가격공시제 도입 등이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따라서 여야는 국회의장의 중재를 받아들여 민생법안 처리를 위한 임시국회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열린우리당은 국보법 폐지안 상정이라는 무리수로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유보하는 아량을 보여야 할 것이며 한나라당은 민생법안 처리를 위해 당연히 임시국회에 응해야 할 것이다. 국회가 타협과 대안을 모색하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야 국민들의 정치혐오가 줄어들고 민생이 살아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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