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檢 소환에 여론 눈치보기

검찰에 유·불리한 여론 의식
한나라 "법 존중 자세 보여야"
민주 "정부 공작에 협력 못해"

김무성(왼쪽)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9일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이군현 원내수석부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 오대근기자

검찰발(發) 정치권 '사정태풍'에 대해 총체적으로 불쾌감을 나타내거나 반발 움직임을 보였던 여야는 9일 검찰의 관계자 소환이 시작되자 엇갈린 대응을 내놨다. 검찰이 이날 청목회(청원경찰친목협의회) 입법로비 사건과 관련해 해당 국회의원 측 인사에 대한 소환에 들어가자 한나라당은 이에 응했지만 민주당은 거부했다. 한나라당은 "국회의원만 봐주나"라며 검찰에 우호적인 여론을 의식한 반면 민주당은"'대포폰 수사' 때도 이렇게 엄정했나"며 검찰에 불리한 또 다른 여론에 기대는 모양새다. 검찰의 압수수색을 내내 비판하던 한나라당은 이날 검찰 소환에 응하면서 지켜보겠다는 쪽으로 마음을 굳혔다. 이날 오전 유정현 의원 지역후원회 사무실의 전직 회계책임자인 장모씨가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으며 권경석 의원 지역후원회 사무실의 전 회계책임자 조모씨도 조사에 응할 예정이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야당은 (검찰 소환에) 응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한나라당 관련 의원 측은 검찰 조사에 응하기로 했다"며 "이는 법을 존중하는 성숙한 모습"이라고 일침을 놨다. 주성영 의원도 회의에서 "우리 국민은 '국회의원이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청원경찰로부터 10만∼20만원씩 떼서 모은 로비자금에서 후원금을 받았다니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그 지적은 옳다"며 "이 시점에서 민주당이 검찰 조사를 거부하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고 국민여론을 생각할 때 국회의원과 정치인은 검찰 수사에 응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검찰 괘씸죄'를 운운하는 당내 이견에도 불구하고 이같이 검찰조사에 '순응'한 것은 무엇보다 검찰 압수수색에 우호적인 국민 여론을 고려한 결과다. 정옥임 원내대변인은 "압수수색이 과했다고는 해도 그 과정은 법적 근거에 의한 것이고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 72%가 압수수색에 찬성했다는 여론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고 전했다. 또한 검찰이 의원 측의 청목회 후원금 납부명단 등 대가성이 의심되는 증거를 발견한 점도 고민을 더했다. 6반면 민주당은 이날 대포폰 수사 은폐 의혹을 추가로 제시하며 검찰을 몰아붙였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청와대가 민간인 사찰과 대포폰 문제를 전광석화처럼 덮어버리려 하는 데 대해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며 국정조사 및 특검 도입을 거듭 촉구한 뒤 "특히 영장사본 1장에 의해 이뤄진 이번 영장집행은 헌법상 영장원본주의에 위배된 만큼 법률적 효력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박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우리는 어떤 경우에도 여야 의원과 국회 모두를 마치 어려운 사람에게 돈 받아먹는 파렴치한 국회의원으로 만들려고 하는 정부의 공작에 절대 협력할 수 없다"고 소환 불응 방침을 분명히 했다. 김영환 지식경제위원장은 "대포폰 범죄행위를 은폐하고 기업비리,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 수사 국면 등을 전환하려고 박 차관과 칠곡 동향으로 대구 오성고 후배인 이창세 북부지검장에게 수사를 맡겨 국회를 희생양으로 삼은 것 아닌가"라고 했고 대포폰의 배후로 박영준 지식경제부 2차관을 지목하며 "검찰이 박 차관 귀국 하루 전 압수수색을 실시, 정권 입맛을 맞추려 한 것 같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물론 여야 모두 내부적으로는 이견이 있는 게 사실이다. 한나라당은 이번 사건의 빌미가 정치자금법에 있다고 보고 국회 정치개혁특위를 구성해 정치자금법과 정당법 등 개정을 통해 후원금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 이에 더해 당내에서는 검찰ㆍ경찰 수사권 독립, 상설특검 등을 통해 검찰의 권력을 일부 제한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민주당 역시 무조건 검찰 수사에 반발한 상임위 보이콧 방침이 '민생 발목 잡기'로 비칠까 우려하고 있다.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상임위 재개에 합의한 것은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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