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박물관으로 불리는 영국의 대영박물관, 프랑스의 루브르박물관, 러시아의 에르미타주 박물관에 가면 공통적으로 찾을 수 있는 그림 혹은 조각이 있다. 바로 사자가죽을 뒤집어 쓰고 커다란 몽둥이를 들고 있는 부리부리한 눈의 사나이 헤라클레스다. 저자는 이 그리스 신화의 영웅이 예술의 주제로 쓰이기에 더 없이 적합하다고 말한다. 광기로 인해 저지른 실수와 이로부터 구원 받기를 바라는 심정이 나약한 우리 인간의 삶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기 때문. 헤라클레스의 비운의 사나이이다. 제우스 신의 외도로 태어난 이 영웅은 자신의 손으로 아내와 자식을 죽인 뒤, 그 죄를 씻기 위해 12가지 과업을 수행한다. 겨우 구원을 받았나 했더니 그는 다시 광기에 휩싸여 무고한 사람을 죽인다. 결국 아내의 질투로 죽음을 맞이한 이 영웅은 헤라 여신의 배려로 신의 반열에 오른다. 책은 제우스 신과 인간 알크메네 사이에서 헤라클레스가 태어나기까지의 과정을 대서사시로 전개한다. 신화로 상징되는 헬레니즘과 성서로 대변되는 헤브라이즘, 두 측면 모두에 해박한 지식을 가진 저자의 구수한 입맛이 책에 그대로 담겨있다. '1709년 러시아는 숙적 스웨덴을 격파하고 발틱해 연안의 최강국으로 떠오르는데 러시아가 압승한 날이 바로 8월 27일, 공교롭게도 '성 삼손의 날'이었다…하지만 벼락을 손에 모아 쥔 제우스 앞의 삼손이라니…참으로 어정쩡한 분수 공원이기는 하다(22페이지)' 책은 고난의 육신을 벗은 헤라클레스의 승천을 마지막으로 마무리된다. 저자는 책의 말미에 당부이자 바람의 글을 덧붙였다. "헤라클레스의 열두 과업을 알지 못하면 그의 모험을 다룬 대리석상은 돌덩어리나 다름없다. 바라건대 이 책에서 접한 이미지를 유럽의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다시 만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