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중심국이 되자] 1. 이제는 의식혁명이다'앞으로 10년'
우리 민족의 미래가 판가름나는 시간이다.
글로벌 자본과 인력의 중국행은 가히 폭발적이다. 홍콩, 싱가포르, 타이완의 움직임도 만만치 않다.
12억 중국시장과 경제대국 일본, 동남아경쟁국의 틈바구니에서 한국의 차별성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세계무대에서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질 수 밖에 없다.
세계가 아시아를 주목하는 이때 한국이 아시아 중심국으로 거듭나지 못한다면 주변국으로 전락할 수 있다. 기로에 선 한국이 위기를 극복하고 국운융성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는 대안 등을 집중적으로 점검해본다.
'의식부터 바꿔라'
손병두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은 "중국이 변하는 속도는 무시무시하다. 중국식 자본주의는 5~10년안에 한국을 따라잡을 것"이라며 "한국은 새로운 활로를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하이는 벌써 글로벌 기업들의 신제품 실험무대로 자리잡았다. 해안을 중심으로 거점개발에 머물던 중국의 경제개발계획은 현재 내륙으로 향한 서부대개발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중국이 이런 속도로 달리고 우리가 이에 대응해 차별성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중국의 변방'으로 내몰릴 수도 있는 것이다.
정부가 최근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을 축으로 인천 송도매립지, 김포시를 축으로 한 '허브 코리아'의 청사진을 제시한 것도 바로 이런 위기감 때문이다. 한국을 중심으로 반경 500Km 이내에 15억 인구가 움직인다는 점에서 자본ㆍ기술ㆍ물류 및 서비스의 중심축으로 부상한다는 전략이다.
하드웨어적인 측면에서 허브 코리아의 개념은 어느 정도 밑그림이 그려졌다. 이제는 국민 모두의 의식전환이 필요하다. 생각을 바꾸지 않은 채 동북아, 나아가 세계의 중심국가가 될 수는 없다. 이미 우리보다 한발 앞서 나가고 있는 싱가포르, 홍콩, 타이완 등을 추월하지 못한다면, 그것도 월등히 앞서지 못한다면 허브 코리아는 결국 꿈에 불과할 뿐이다.
권오규 제정경제부 차관보는 "한국이 경쟁국을 제치고 동북아 중심국가로 발돋움하려면 사회전반에 개방적이고 유연한 생각이 확산돼야 한다. 또 생각보다는 그런 생각을 몸소 실천하는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렇다. 변해야 한다. 그것도 겉모양만 그럴듯하게 변하는게 아니라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 말 그대로 환골탈태(換骨奪胎)해야 한다. 동북아의 중심국가로 비상하기 위해서는 내가 주인이 아니라 머슴이라는 서비스정신으로 철저히 무장해야 한다. 언행이 국제화해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 그런 철저한 직업의식, 프로정신이 필요하다. 2년전 싱가포르에 아시아지역본부를 설립키로 한 한 미국계 다국적기업의 K사장은 "최종 심사대상은 싱가포르와 타이완, 서울이었다.
인건비 비중이 높은 업무 특성상 서울이 유력했다. 특히 싱가포르의 인건비는 서울보다 20~30%가량 비쌌다. 그러나 본사에선 임금보다는 현지직원의 국제화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싱가포르를 최종 선택했다"고 전했다. 돈을 조금 더 쓰더라도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겠다는 것이 선택 이유였다는 것이다.
답은 여기에 있다. 외국인의 입맛에 맞게 우리가 바뀌면 된다. 알량한 지역감정은 의미가 없다.
실리가 아닌 명분을 위한 파업도 국제화시대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내가 주인이 아니라 손님이 주인, 다시 말해 외국인이 주인이라고 생각을 바꾸면 아시아의 중심국가, 한국의 미래는 현실로 다가서는 것이다.
사회 기반시설을 구축하는 것은 많은 시간과 거대한 자본이 필요하다. 그러나 직업의식, 기초질서확립, 건전한 도덕성 등 소프트 인프라는 인식의 문제다. 껍질을 깨기 위한 굳은 의지가 없다면 아무리 겉모습을 바꿔도 본질적인 경쟁력을 갖추기는 사실상 어려운 것이다.
지난 90년대초 국내에 생산거점을 구축했던 일본 굴지의 전자부품회사인 S사는 작년말 한국시장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이 회사는 작년초 한국법인의 경영혁신을 위해 신임사장을 파견했으나 말썽이 끊이질 않았다. S사는 결국 신임사장을 불러들이고 한국 철수작업에 들어갔다. 표면적인 이유는 경영혁신 실패. 그러나 중국 등 주변국의 소프트 인프라가 빠른 속도로 개선되고 있어 굳이 골치를 앓으며 한국을 고집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상공회의소(AMCHAM)가 최근 아시아권에 진출한 다국적기업 아시아본부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다국적기업인들은 아시아본부 유치여건에 대한 평가에서 한국을 가장 열악한 조건이라고 주저없이 꼽았다.
다국적 기업들이 원하는 투자환경은 질 높은 국가 서비스, 절반도 안되는 인건비, 근면하게 일하는 노동문화, 편리한 의료ㆍ교육시스템 등. 어찌보면 많은 돈을 필요로 하는 것들이 아니다.
뒤집어 생각해보자. 한국의 소프트 인프라만 바뀐다면 '아시아의 허브= 코리아'의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작은 것을 움켜쥐기 위해 큰 것을 잃는 잘못을 저질러서는 안된다. 물론 의식이 변하려면 어느 정도의 고통은 불가피하다. '고통 없는 과실은 없는 법(No Pain, No Gain)'이다.
버리면 얻는 법. 영종도 개발계획이 구체화되자 벌써부터 외국의료기관이 진출가능성을 타진해오고 있다고 한다. 최신시설을 갖춘 외국 유명병원의 분원이 들어서면 중국과 일본은 물론 아시아의 돈많은 환자들이 병든 몸으로 태평양을 건널 필요가 없어지게 된다. 환자는 물론 보호자와 간병인들도 최소한 며칠 이상을 한국 땅에 머물게 된다.
이게 모두 돈이다. 정부에 납부하는 세금은 물론, 고용효과도 크다.
문제는 수용태세와 능력. 본원과 똑같은 수준의 고급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최고급 인력이 장기간 머물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고급 의료서비스의 시장 구축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배 고픈 것은 참아도 배 아픈 것은 못 참는' 정서와 경직된 규제체계 탓이다. 당장 내국인이 한국에서 외국병원에 다닌다면 사회적 반감이 형성되는 분위기다. 현행 법령상에도 병원은 '비영리법인'으로 돼 있어 외국병원의 진출이 불가능하다. 병ㆍ의원 등 이해집단의 반발도 예상된다.
이 같은 현실은 외국인학교 설립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외국기업이 서울을 외면해온 이유도 따지고보면 가까운 곳에서 찾을 수 있다.
최낙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무역투자실장은 "현재의 산업구조로는 10달러를 수출해 얻는 순익이 고작 4센트다. 국가의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하려면 새로운 성장기반을 구축해야 한다"며 "중국, 일본, 동남아와 차별된 성장기반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의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홍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