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금융지주회사법이 내달 공식출범하는 한국씨티은행의 금융지주회사 설립에 최대 장애물이 되고 있다.
현행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르면 국내 및 외국 법령에 의해 설립된 금융기관이 금융지주회사와 지배관계에 있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어 금융회사인 씨티그룹을최대주주로 한 금융지주회사를 국내에서 설립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29일 금융계에 따르면 한미은행은 한국씨티은행 출범을 앞두고 재정경제부 등금융감독당국에 금융지주회사법을 개정해 해외 장기전략적 투자자들이 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할 수 있는 길을 터주어야 한다는 입장을 개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기관과 금융지주회사의 지배관계 제한 내용을 담은 금융지주회사법 제7조는금융지주회사는 금융기관(외국의 법령에 의하여 설립된 금융기관을 포함한다)과 대통령령이 정하는 지배관계에 있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미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단기 투자펀드 등의 금융지주회사 지배를 막는 것은 필요하지만 법 개정을 통해 장기전략적인 투자자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는 전략적 투자자 유치를 통한 동북아금융허브 구축을 추진하고 있는 정부정책에도 부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금융지주사 체제하의 금융회사들만 고객정보를 자회사간에 공유할 수있게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 지주사 체제로 갈 수 없는 금융회사는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하영구 한국씨티은행 행장 내정자도 통합은행인 한국씨티은행의 금융지주회사 전환에 대해 법적인 제약만 없다면 지주사로 가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그러나 "금융기관과 산업자본의 문어발식 금융지배를 막기 위해 금융지주회사의 지배구조에 대한 제한을 국내와 외국 금융기관에 동일하게 두고 있다"고 설명하고 "이같은 법의 취지로 볼 때 개정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한국씨티은행은 최대주주인 COIC(Citibank Overseas Investment Corp.)로부터 씨티리스와 씨티파이낸스의 지분 100%를 각각 인수해 자회사 편입을 추진했으나 자회사가 모기업 관계회사 주식을 취득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은행법 규정에 때문에 이를 포기한 바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재홍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