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보험기금은 ‘눈먼 돈’

정부의 수출지원제도를 악용, 쓰레기나 빈상자를 수출하거나 수출가를 3배 이상 부풀리는 방법 등으로 모두 5,000만달러(한화 594억원상당)의 수출보험기금을 가로채온 수출사기범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서울지검 외사부(민유태 부장검사)는 수출사기를 벌인 22개 업체를 적발, 이중 수출보험공사(이하 수보공) 전 팀장 김모(42)씨 등을 포함한 10명을 사기와 배임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5명을 불구속기소 하는 한편 H사 대표 이모(42)씨 형제 등 7명을 지명수배 했다고 3일 밝혔다. ◇유령업체에 수출하고 수출기금 편취= 미국으로 도피한 이씨 형제는 지난해 5월 유령회사인 필리핀의 B사와 수출계약을 맺은 것처럼 서류를 꾸며 수출신용보증서(이하 보증서)를 발급 받아 50만 달러를 편취하는 등 재작년 6월부터 올 초까지 47차례에 걸쳐 2,091만달러를 가로챘다. S사 대표 박모씨는 자사의 해외 현지법인에 대한 수출에 대해서는 보증을 받을 수 없게 되자 홍콩기업으로부터 수입자 명의를 빌려 자사 중국법인에 수출하고는 109만 달러를 챙겼다. ◇쓰레기 선적하고 수출가 조작도= T사 대표 박모(58)씨는 홍콩 업체와 짜고 액세서리를 수출하는 것처럼 가장, 보증서를 발급 받은 뒤 실제로는 상품가치가 없는 제품을 내보내고는 화환어음을 은행에 매각해 54만여달러를 가로챘다. 구속된 F사 대표 안모(50)씨 등은 브라질 기업에 정상 수출가격 9만여달러의 CCTV 모니터를 수출하며 계약서 상에는 33만여달러로 작성, 24만 달러나 더 챙겼다. ◇수보공 직원들도 사기에 개입= 수보공 김모 전 단기사업3팀장은 K섬유 대표 신모(42)씨와 무역업자 문모(44)씨와 짜고 이들이 중국에 허위 섬유원단 수출계약을 맺고 실제 불량제품을 수출하는 것을 알고도 보증서를 부정으로 발급해줘 수출대금 2억6,000만원 중 1억3,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수보공 전 부산지사장 정모(51)씨와 전모(35) 전 과장은 수출계약이 성립됐는지 여부를 전혀 확인하지 않은 3개 업체에 대해 33장의 수출신용보증서를 발급해 수출보험공사에 188억원의 손실을 끼친 것으로 드러났다. 구속된 전과장은 불법 수출업체에 자신의 아내를 감사로 등록시키기도 했다. ◇연 3,000억 수출보험 지원액중 회수는 20% 불과= 외사부 김태광 검사는 “담보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에게는 수출보험기금이 큰 힘이 되고 있다”며 “하지만 수보공의 한해 평균 기금 지원 액이 3,000억원에 이르지만 회수율은 민사소송 등 방법을 다 해도 20%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민유태 외사부장은 “불법수출 대부분이 외상거래방식(D/A)로 이뤄지고, 수출입 업자에 대한 신용평가가 서류심사로만 이뤄지며, 수보공 직원들도 실적경쟁이나 친분관계에 따라 보증서를 남발하는 경향이 있어 제도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고광본기자 kbg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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