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전세시장 안정대책 마련해야

국민은행이 발표한 지난 2월 전국 전세금 상승률은 0.4%로 2005년 2월 0.2% 상승국면으로 돌아선 후 13개월째 오름세가 계속되고 있다. 이는 87~88년 20개월간 이어진 상승세에 버금가는 것이다. 3월 들어 한 부동산정보업체의 조사자료에 따르면 3월 현재 서울시내 아파트 전세금은 평당 517만원으로 지난해 8월31일의 483만원에 비해 34만원이 증가해 7.0%나 상승했다. 8ㆍ31부동산종합대책이 발표되기 이전 6개월 동안의 전세금 상승률이 1.9%였던 것과 비교하면 전세금 상승률이 거의 4배에 이르는 셈이다. 즉 8ㆍ31대책 발표 이후 전세금 상승세가 점점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다. 전세금 상승폭은 선호도가 높은 주거지역일수록 더욱 크다. 1월 강남권 전세시세는 0.8%, 경기도를 포함한 수도권은 0.6%가 올랐다. 8ㆍ31대책 이후 서울 강남 3구의 경우를 보면 강남구는 평당 가격이 713만원에서 784만원으로 9.9%, 송파구는 9.1%(51만원), 서초구는 8.4%가 올랐다. 비강남권이지만 선호 주거지인 양천구는 12.2%, 광진구는 6.1%(34만원)가 올랐다. 반면 서대문구는 2.0%로 서울의 25개 구 가운데 상승폭이 가장 작았으며 동대문구와 은평구가 각각 3.1%, 3.0% 올라 상승폭이 낮았다. 이 같은 결과를 보면 소비자들이 선호하고 매매가격이 많이 오르는 지역일수록 전세금 상승세가 가파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강남ㆍ분당 등 인기지역의 경우 1억원 이상 오른 아파트도 있다. ‘전세대란(大亂)’이라는 말도 나올 정도가 됐다. 왜 이러한 전세시장의 불안이 초래됐는가. 여러 가지 분석이 가능하겠으나 근본적으로는 8ㆍ31 부동산제도개혁방안으로 인한 전세시장의 수급불균형과 집주인의 보유세 부담 전가가 아닐까 한다. 정부는 투기세력이 주택시장의 불안을 초래하며, 투기가 발생하는 것은 주택가격 상승에 따라 다주택 보유자들이 자산소득을 손쉽게 챙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인식해 이를 제거하기 위한 일련의 대책을 마련했다. 보유세를 강화해 다주택 보유에 따른 부담을 가중시키는 한편 자산소득 규모를 줄이고, 양도소득세를 강화해 발생한 자산소득을 국가가 회수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었다. 다주택 보유에 따른 자산이익이 사라지면 다주택 보유의 이유가 사라지면서 보유했던 주택이 분양시장에 매물로 쏟아져 나와 주택가격을 안정ㆍ하락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을 것이다. 이러한 기대는 부분적으로 소비자가 외면하는 강북의 중소형 주택 시장에서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선호도가 높은 지역 아파트의 경우에는 전세가격 상승이라는 부작용을 낳는다. 집주인이 매물을 내놓아도 주택가격 상승의 가능성이 희박하고 오히려 추가적으로 가격이 하락할지 모른다는 기대로 인해 임차인은 주택매입시점을 늦추게 되고, 부담이 가능하다면 집주인이 요구하는 재산세 상승분만큼 전세금을 올려주면서 구입시기를 가늠하게 된다. 또한 주택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없다면 임차인은 과표현실화로 인해 부담이 증가한 취득세와 등록세를 부담하고 주택구입을 위한 대출자금 등 이자부담을 떠안으면서까지 주택을 구입하려 하지 않게 된다. 전세는 주택가격이 시중금리 이상으로 상승하고 소비자 금융이 취약한 우리나라 주택시장의 특이한 점유형태이다. 그러니까 집주인은 주택 보유에 따른 자산소득을 아무 노력 없이 챙기는 게 아니라 시중가격과 전세가격 차이만큼의 이자손실을 감당하면서 얻었던 것이다. 이러한 구조를 도외시한 8ㆍ31대책의 한계는 전세시장의 불안을 필연적으로 초래하게 된다. 정부당국의 조속한 대책마련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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