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마음이 순박치 않아 나라에 말이 낭자하다. 필부나 장사치의 말이야 죄 될 것이 아니나, 사대부의 반 마디 말은 화를 부르기에 충분한 법이다.' 조선 중기 문인이었던 이식(李植ㆍ1584~1647)이 큰 아들 면하에게 쓴 편지 중 일부다. 병자호란 때 남한산상에 갇히는 등 난세를 겪었던 이식은 아들에게 남을 비방하는 말을 하지 말고, 아무때나 나서지 말 것을 당부했다. 옛 아버지들은 지금과 달리 가정의 살림살이부터 자녀교육에 이르기까지 깊이 관여했다. 항상 책을 놓지 말라고 다그치고, 행실을 단정히 하라고 꾸짖는 등 자녀들의 든든한 후원자이자, 스승이었다. 책은 이황ㆍ유성룡ㆍ이식ㆍ박제가ㆍ김정희 등 조선시대 학자, 예술가들이 자식들에게 남긴 편지를 모았다. 글 속에는 근엄한 선비의 얼굴이 아니라 자식을 다잡아 쉴새 없는 다그쳤던 평범한 아버지의 얼굴이 드러나 있다. 아버지 만큼 자식을 잘 아는 사람이 있을까. 자식의 성품과 단점을 살펴 자식에게 맞는 방법으로 가르치고, 직접 책을 골라주면서 학습 방법을 찬찬히 일러주는가 하면, 조금의 나태도 용납하지 않는 훈계가 매섭다. 고추장을 직접 담그고, 쇠고기를 볶아 서울 집에 보내고 맛이 어떤지 왜 답장 않느냐고 재촉하던 박지원의 글에서는 준엄한 선비라는 고정관념 대신 세심한 아버지의 모습이 떠오른다. 자녀들의 공부방법에 대한 아버지의 고민도 드러나 있다. 책 읽기, 글쓰기 요령, 수험준비 자세, 집안에서의 범절 등 자녀교육 방식이 자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