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가 안받은 농약 마구쓴다

정부와 농약업계, 농민들의 인식부족으로 적잖은 농약들이 사용허가를 받지 않은(미등록) 작물에 광범위하게 쓰여 국민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특정 농약을 사용허가 받지 않은 농작물에 썼다가 적발될 경우 미국처럼 무조건 폐기처분하고 정부와 업계가 농약의 적용대상 작물 확대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김홍신 한나라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 2001년~2003년 6월까지 농약 잔류허용기준 초과로 적발된 유통 농산물 603건 중 565건(94%)에서 해당 작물에 미등록 농약성분이 검출돼 농약별 안전사용기준이 전혀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등록 농약 성분이 검출된 작물은 깻잎이 101건, 쑥갓 52건, 시금치 47건, 상추 42건, 취나물 32건, 참나물 30건, 열무 25건, 미나리 24건, 부추 23건 등이었다. 검출된 미등록 농약성분으로는 클로로피리포스가 113건, 프로시미돈 111건, 엔도설판 83건, 다이아지논 50건, 에토프로포스 37건, EPN 25건 등이었다. 특히 엔도설판과 EPN은 현재 국내에서 사용되는 농약 중 독성이 가장 강한 농약. 심혈관계ㆍ신경계 등에 독성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사용허가를 받은 작물 이외에는 일체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이 같은 현상이 보편화된 것은 농약업계가 재배면적이 크지 않은 작물의 병충해에 대해서는 돈과 시간을 투자해 해당 농약을 쓸 수 있는 작물로 등록하지 않는 데다 농민들도 등록 여부 보다는 특정 병ㆍ충해에 잘 듣는지 여부에만 관심을 갖기 때문이다. 농진청도 이 같은 정황을 감안, 지난 98년부터 정부 예산을 들여 농민들의 수요가 큰 농약부터 직권으로 시험을 실시, 67개 농약의 적용대상 작물 수를 늘렸다. 그러나 예산부족 등으로 미나리 등은 지금까지 사용해도 좋은 등록 농약이 없다. 고사리, 생강, 참깨, 신선초, 당귀 등은 쓸 수 있는 등록농약이 1~2개에 불과하다. 근본적으로는 특정 농약을 사용허가 받지 않은 농작물에 썼다가 적발될 경우 `사용금지 농약`을 쓴 것으로 간주, 무조건 폐기처분 하는 미국과 달리 우리 정부는 식품공전상의 농약 잔류허용기준만 충족시키면 유통을 허용해와 농민들의 `준법의지`를 말살시킨 데 원인이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의 경우 농촌진흥청이 특정 농약을 쓸 수 있게 사용허가한 작물에 대해서는 해당 작물에 대한 식품공전상의 농약 잔류허용기준을, 그렇지 않은 작물에 대해서는 사용허가된 작물 중 최저 농약 잔류허용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김홍신 의원은 “이 같은 모순이 발생하는 것은 농림부ㆍ농촌진흥청과 식약청의 업무공조가 안되고 미등록 농약이 검출된 농작물은 국민건강을 위해 모두 폐기한다는 정부의 의지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엽채류 등 소규모재배 농작물에 사용가능한 농약 개발 및 적용대상 작물 확대에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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