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 기상도] 미국發 충격에 세계시장도 주춤

“유럽 조정장·亞강세지속”…日 개혁작업 관심 커질듯

[글로벌 증시 기상도] 미국發 충격에 세계시장도 주춤 “유럽 조정장·亞강세지속”…日 개혁작업 관심 커질듯 이종우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 미국 주식시장이 사고를 쳤다. 주가가 거의 주 중 내내 하락하더니 마침내 다른 나라 주가를 끌어내리는 악역을 담당하고 만 것이다. 미국 주가가 떨어진 이유는 9ㆍ11테러 이후와 같다. 쇼크를 겪기 전까지만 해도 무심하던 투자자들이 한번 거대한 충격을 받고 나면 비슷한 상황에만 처해도 지레 겁을 먹는다. 지난주 하락도 결국 허리케인 쇼크를 겪고 난 후유증의 역할이 컸다. 허리케인의 위협은 유가 상승을 촉발했다. 이미 카트리나로 인해 미국의 정유 능력 중 일 90만 배럴 규모가 상실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허리케인 리타가 멕시코만을 재차 강타할 경우 국제 원유 시장의 난맥상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정유 못지 않게 OPEC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 것도 유가 상승을 가져오는 원인이 됐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OPEC가 9월 정기총회에서 최대 일일 200만 배럴을 증산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시장은 OPEC 보다 미국의 허리케인에 더 주목했다. 이번 주에 미국 주식시장이 의미 있는 반전을 이루지 못할 경우 앞으로 해외 주식시장은 미국 주가에 침묵하던 단계에서 벗어나 동반 하락의 길을 갈 가능성이 높다. 그래도 그나마 위안을 주는 곳은 아시아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주중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간 것 처럼 지난주 일본 주식시장도 큰 폭으로 올랐다.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주식시장의 강세는 펀드멘탈의 힘 때문이다. 우리나라와 일본 경기가 바닥을 만든 후 회복 국면에 있어 경기 하락 위험을 안고 있는 미국 시장과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다는 믿음이 형성된 것이다. 앞으로 일본 주식시장이 특히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우선 외국인들에게 일본의 개혁 작업이 깊은 인상을 남겼기 때문이다. 은행 구조조정이 우리만큼 급진적으로 진행됐고, 산업은 중국과 연대를 강화해 올 7월까지 대중국 교역이 일본 전체 무역의 16.7%까지 높아지는데 일조를 했다. 경제든 기업이든 턴어라운드 할 때 투자 수익률이 가장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 무시될 수 없다. 이번 주에도 '서구 주식시장 조정ㆍ아시아 주식시장의 상대적인 강세' 기조는 변함없이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유가가 60달러 중반에서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과 세계 주식시장에 영향력이 큰 미국 시장이 너무나 쉽게 후퇴를 거듭하고 있는 점이 걸린다. 현재 미국 시장은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가야 할 정도로 다급한 상황에 몰렸는데, 균형점을 찾기 위해서는 일정 기간 시장을 추스리는 작업이 선행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단기 전망이 좋지 않지만 주가는 시간을 두고 꾸준히 상승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미 유럽과 아시아 주식시장은 올해 경기가 어느 정도 회복되리라는 가정 하에 움직이고 있는데, 현재까지 양상도 이런 전망을 뒷받침 해주고 있다. 물론 고유가와 여기에서 파생된 충격이 경제와 시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지만 이는 결국 시장이 부딪쳐 극복해야 할 과제다. 입력시간 : 2005/09/25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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