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정치적 외풍에 흔들려 일관성 없는 ‘칼춤’을 추는 사례는 부지기수다.
지난 8월 금감원은 국민은행이 지난 2008년 9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 선임안과 사외이사 후보 추천 결의안을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고 통과시킨 것에 대해 기관주의 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이는 금감원이 KB금융과 국민은행을 사전조사했던 2008년 당시 ‘법규위반으로 보기 어렵다’고 이미 결론 내린 사안들이었다.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금융실명제법 문제도 마찬가지다. 금감원은 최근 진행된 국정감사에서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금융실명제법 위반 정황을 1년 전에 이미 포착했으면서도 묵인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신한 사태’로 라 회장의 위법사항을 조사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지자 1년이 지난 올해 7월에야 뒤늦게 신한금융에 대한 검사에 착수했던 것. 또 금감원은 국정감사를 코앞에 둔 지난 7일 라 회장에게 전격적으로 중징계를 통보해 ‘면피성 징계’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보다 앞서 금감원은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이 우리금융에 재직할 때(2005~2007년) 투자했던 파생상품 손실을 이유로 2009년 9월에서야 중징계를 내렸다. 한참이 지난 사안을 느닷없이 꺼내 책임을 물은 것이다. 시장에서는 황 전 회장과‘모피아’간의 갈등으로 인한 보복성 징계라는 분석이 파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