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9월 8일] 그라운드 제로의 희망과 그늘

지난 6일 둘러본 뉴욕 맨해튼 남단의 '그라운드 제로'는 바쁘게 돌아가는 건설현장이었다. 6만5,000㎡ 부지에 37층까지 올라간 '원 월드트레이드센터(One World Trade Center)'를 비롯해 추모시설ㆍ교통환승센터ㆍ상업시설 등 각종 공사가 한창이었다. 이곳에 투입된 인력만 2,000여명에 달하며 수많은 크레인과 트럭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금융위기의 여파로 뉴욕의 부동산시장은 싸늘하게 식어버렸지만 이곳만은 예외로 보였다. 사라져버린 쌍둥이 건물을 대신하게 될 원 월드트레이드센터는 미국 독립선언의 해를 의미하는 1,776피트(546m, 104층) 높이로 꼭대기에는 자유의 여신상의 횃불을 상징하는 안테나가 설치된다. 9ㆍ11테러 9주년을 앞두고 추모분위기가 무르익어가고 있다. 언론들은 관련 보도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미국 정부와 유족단체들도 예년과 다름없이 수많은 추모행사를 갖고 희생자 2,751명의 넋을 위로할 것이다. 7일(현지시간)에는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과 월드트레이드센터 개발업자인 래리 실버스타인 등 관계인사들이 외신기자들을 상대로 재건현황을 설명하는 자리도 마련됐다. 시간이 흐르면서 외견상 9ㆍ11테러의 아픔은 점차 가시고 월드트레이드센터처럼 새로운 희망이 그 자리를 대신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나 희망 이면에서 또 다른 증오가 자라나고 있어 완전한 상처 치유는 아직 멀게만 느껴진다. 최근 뉴욕타임스는 9ㆍ11과 관련해 그라운드 제로 근처에 들어설 모스크로 빚어진 논란으로 다른 종교와 좋은 관계를 맺으려던 아메리칸 무슬림들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다는 기사를 실었다. 모스크 건설현장에 화재가 일어나고 총알이 날아드는 등 반달리즘적인 폭력현상들이 잇따라 일어나고 있으며 무슬림 교도들의 느끼는 공포는 갈수록 도를 더하고 있다. 한 이슬람교도는 9ㆍ11 사건이 일어났던 때보다 지금이 더 무섭다고 인터뷰에서 밝혔다. 피해자들도 추가적인 공격을 우려해 제대로 밝히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이 기사는 전했다. 무슬림들이 종교적 의무인 금식을 행하는 라마단의 마지막은 3일간의 이드(Eid) 축제로 무슬림들은 음식과 선물을 주고받으며 큰 고통을 이겨낸 서로에게 축하를 건넨다. 올해는 공교롭게도 오는 10일이 이드의 시작이다. 인종과 종교에 상관없이 서로를 포옹할 수 있을 때 진정으로 테러리즘에 대한 승리를 선언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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