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뮐러 소설 국내 첫 소개

■ 저지대ㆍ숨그네 / ■ 헤르타 뮐러 지음, 문학동네 펴냄


"상황은 처참했다. 문자는 아름다웠다.나는 비극은 시의 옷을 입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처참함을 고발하기 위해서는 그래도 비극은 시의 옷을 입어야 한다는 것, 그것이 내 문학의 명예였다" (헤르타 뮐러) 2009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발표됐을 때 국내 독자들은'헤르타 뮐러'라는 생소한 이름에 어리둥절했다. 그의 소설이 국내에서 한 번도 소개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노벨문학상 발표 당시 스웨덴 한림원은 "응축된 시정과 산문의 진솔함으로 추방자들의 모습을 묘사했다"고 뮐러를 선정한 이유를 밝혔다. 국내에서 볼 수 없었던 그의 '응축된 시정과 산문의 진솔함'을 노벨 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만날 수 있게 됐다. 최근 그의 데뷔작'저지대'와 최신작 '숨그네'가 동시에 번역ㆍ출간돼 뮐러 문학의 과거와 현재를 한 번에 살펴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아버지의 장례식 장면으로 시작하는 '저지대'는 저자의 어린 시절에 대한 기록이라고 볼 수 있다. 나치가 몰락하고 루마니아 독재정권의 횡포 아래 있는 바깥 세상, 그리고 그 속에서 어느 것도 달라질 것 같지 않은 시골 마을의 모습이 어린 소녀의 눈으로 묘사된다. 소설은 담담한 문체로 쓰였지만 건조하지 않고 잘 읽힌다. 몽환적인 단어로 표현된 이야기들이 소설과 시의 경계를 줄타기한다. 외지고 황량한'저지대'에서 사람들의 암울한 모습은 뮐러 특유의 문체로 독자들을 사로잡기 충분하다. 작품은 1982년 처음 출간됐지만 루마니아 정권하에서 온전하게 출판되기까지 30여년의 시간이 걸렸다. 이번에 출간된 '저지대'는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새롭게 출간된 개정판의 번역본으로 검열돼 삭제됐던 네 편의 이야기도 포함됐다. 데뷔작인'저지대'로 그의 어린 시절을 엿볼 수 있다면 지난 해 출간된 뮐러의 신작 '숨그네'는 수용소 생존자인 시인 오스카 파스티오르의 체험을 소설로 옮긴 작품이다. "수용소에는 수건 종류가 많았다. 삶은 이 수건에서 저 수건으로 흘러갔다. 발싸개에서 세수 수건으로, 빵 보자기로..(중략)..드물게는 손수건으로까지"(숨그네 '손수건과 쥐' 중에서) '숨그네'는 인간의 숨이 삶과 죽음 사이에서 그네처럼 가쁘게 흔들리는 것을 상징하는 제목이다. 소설은 루마니아에서 소련 강제 수용소로 이송된 어린 독일 소년의 삶을 그렸다. 뮐러는 비인간적 상황 속에서 살아 남고자 하는 치열한 삶의 현장을 포착해 또 한번 담담하게 전달한다.'저지대'1만 500원, '숨그네' 1만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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