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장보고시대] 세계 항로를 간다
입력 1998.09.20 15:28:04
수정
1998.09.20 15:28:04
09/20(일) 15:28
「항로(航路)는 혈관(血管)이다.」
혈관을 통해 각종 영양분과 산소가 우리 몸에 공급되듯 배가 운항하는 항로를 통해 세계 각지의 생산품이 수요처를 찾아 움직인다.
몸의 동맥과 같은 역할을 하는 기간항로와 실핏줄의 역할을 하는 지선항로가 지구촌 곳곳으로 거미줄 처럼 수없이 뻗어 있다.
세계 3대 경제권역인 아시아와 미주, 유럽을 잇는 항로가 세계 3대 기간항로인 태평양 항로, 대서양 항로, 구주항로(유럽항로)이다. 동서로 세계를 잇는 세계 물류의 대동맥인 이들 3대 항로와 남북 혹은 권역별 지선항로가 교차하면서 물류망을 구축하고 있다.
세계 최대항로인 태평양 항로는 동남아 지역에서 시작해 홍콩, 대만과 극동지역의 한국, 일본을 거쳐 미주 서안으로 연결된다. 물론 미주지역에서 수입되는 제품들은 이 항로를 역순으로 운항한다.
태국의 램차방이나 싱가포르 등지에서 출발해 홍콩, 대만의 카오슝, 우리나라의 광양·부산항, 일본의 고베, 나고야, 요코하마 등을 거쳐 미주 서안으로 연결된다. 미주지역의 대서양 방향인 동안으로 연결하는 배들은 파나마를 지나 뉴욕 등지로 운항하고 있다.
태평양 항로를 운항하는 배는 동남아 각국에서 생산된 물건들이 지선항로를 통해 램차방과 싱가포르 등에 모이면 이를 배에 싣고 극동지역으로 향한다. 극동지역에서 짐을 일부 내려 놓은후 다시 이 지역에서 생산된 짐을 싣고 미주로 향하게 된다.
태평양 항로를 통해 미주로 수출되는 화물들은 신발, 의류 등 일반 소비재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미주에서 아시아로는 육류나 과일 등 냉동화물이 주로 수송된다.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유럽항로는 극동에서 시작해 동남아와 서남아를 지나 유럽으로 이어진다.
우리나라의 광양, 부산항에서 시작해 일본의 고베, 나고야, 하카다, 시미즈 등을 거쳐 대만의 카오슝과, 홍콩, 싱가폴, 이집트의 수에즈를 지나 유럽으로 연결된다. 유럽지역에서는 프랑스의 르아브르, 네덜란드의 로테르담, 독일의 함부르크, 영국의 펠렉스톤, 사우샘톤 등지로 항로가 뻗어있다.
이 항로를 통해 움직이는 화물은 태평양 항로와 유사하다.
미주와 유럽간의 대서양항로는 미주지역의 뉴욕이나 노퍽, 찰스톤 지역에서 출발해 네덜란드의 로테르담이나 독일의 브레머 하벤 등 북유럽으로 연결이 된다.
대서양 항로는 태평양 항로나 유럽항로와는 달리 선진국간 거래여서 첨단제품 등 고가 제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따라서 물동량 측면에서는 태평양이나 유럽항로 보다는 규모가 적다.
현대상선·한진해운·조양상선 등 장보고의 후예인 한국 상선대도 이들 3대 항로에 직·간접으로 취항, 세계 유력선사들과 치열한 화물수송 경쟁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해운회사들은 미국이나 일본 선사들에 비해 역사가 짧고 아직 선대규모도 크지 않지만 「바다개척이 나라의 국운을 좌우한다」는 장보고의 정신으로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다. 1000년전 장보고의 못다 이룬 꿈을 실천하고 있는 것.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한진해운은 아시아를 중심으로 미주와 유럽을 연결하는 펜듈럼(시계추)서비스를 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아시아를 축으로 북미 남서안을 연결하는 PS-펜듈럼서비스 2개 항로와 아시아~북미동안~북유럽을 연결하는 AWE-펜듈럼 항로, 아시아~지중해~북미동안을 연결하는 AMA 항로 등 4개의 펜듈럼 항로를 비롯 9개의 기간항로를 운영하고 있다.
펜듈럼 서비스의 가장 큰 장점은 최소의 선박으로 최대의 서비스를 유지하는 효율성에 있다. 유럽항로와 미주항로를 별도로 운영할 경우 13~14척의 선박이 필요하지만 양 항로를 통합해 펜듈럼으로 운영하면 11~12척의 선박으로도 충분하다. 따라서 운항비 절감 등 효율성이 높다.
또 같은 구간에서 2개의 펜듈럼항로를 운영할 경우 주요 항구에 대한 교차기
항이 가능해 서비스 지역을 넓힐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현대상선은 전세계 30여개 항로에 100여개 항만을 운항하는 글로벌 서비스망을 구축하고 있다.
현대는 특히 내륙과 항만, 해상 등 물류의 전구간을 논스톱으로 연결하고 있어 경쟁사 보다 1~3일 빠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대는 아시아~북미항로에 8개, 아시아~구주항로에 3개, 아시아~지중해 항로 1개, 대서양간 1개, 아시아~북미동안 1개 등 14개의 기간항로를 운영하고 있다.
또 동서를 축으로 운항하는 기간항로를 효과적으로 뒷받침하고 서비스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남북간의 다양한 지선항로를 정비해 아시아 역내 항로를 집중적으로 확충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그동안 외국선사만 취항하던 한국~중동항로를 대만선사인 완하이사와 공동으로 개설한데 이어 4월에는 한국과 인도네시아를 연결하는 컨테이너 항로를 개설했다. 또 싱가포르를 축으로 하는 동남아내 항로와 한국~필리핀, 일본~태국, 일본~말레이시아, 동남아~서남아, 한국~중국, 한국~러시아 등 아시아내에서만 15개 정도의 지선항로망을 운영하고 있다.
현대의 이같은 서비스망은 동서남북을 가장 효과적으로 커버하는 글로벌 서비스망으로 평가되고 있다.
국내 해운을 대표하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고객만족과 고객중심의 서비스를 위해 전용부두및 내륙 물류시설 확충 등 항만물류부문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국내 부산항의 감만, 감천부두와 광양항 전용부두를 「제2의 청해진」으로 삼아 대만의 카오슝과 일본의 동경, 오사카, 미국의 롱비치, 뉴욕, 시애틀, 유럽지역에 독일의 함부르크 등지로 세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채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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