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이 늘어나는 등 경기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소비는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특히 유통과정의 재고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어 내수가 살아 않는 한 시차를 두고 생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이 29일 발표한 `2002년12월 및 4ㆍ4분기중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12월중 산업생산은 자동차, 반도체 등의 증가에 힘입어 전년동월보다 9.5%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는 전월의 증가율 7.2%보다 2.3%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그러나 소매판매증가율이 마이너스2.2%로 지난 98년12월(마이너스 6.1%) 이후 4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소비둔화세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업종별로는 자동차(45.9%), 반도체(23.9%), 영상 음향통신(17.4%), 기타 전기기계(14.9%)등이 크게 증가한 반면 기타 운송장비(-11.7%)와 섬유제품(-5.3%) 등은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일부 업종 의존도 심화=경기둔화에 대한 우려와 달리 12월 산업생산지수가 전년동월보다 크게 증가한 것은 자동차라는 특수요인 때문이다. 비교시점인 지난 2001년12월의 경우 노사분규와 파업의 영향으로 자동차 업종의 생산이 크게 낮았던 데 따른 반사효과가 크게 작용했다. 또 올들어 내내 호황을 보이고 있는 반도체가 호조를 이어간 것도 산업생산이 활발했던 요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는 우리 산업의 반도체와 자동차 등에 대한 의존도가 심화하고 있다는 뜻이다. 자동차를 빼면 산업생산지수 증가율은 9.5%에서 6.7%로 뚝 떨어진다. 자동차 대신 반도체를 제외할 경우 증가율은 7.7%. 아랫목은 더욱 따뜻해지고 웃목의 냉기는 날로 더해간다는 얘기다.
◇착시현상 감안해도 성장세 지속=증가율이 높게 나온 것은 자동차 요인 뿐 아니다. 지난해에는 추석이 3ㆍ4분기에 포함된 반면 비교시점인 2001년에는 4ㆍ4분기에 있었던 점도 지난해 4ㆍ4분기의 실적을 좋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 같은 통계적 착시현상을 감안해도 성장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우선 연간 산업생산지수 증가율이 7.3%로 전년의 1.3%를 훨씬 넘었다. 현재의 경기를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도 전월보다 0.2%포인트 증가했다.
◇소비둔화는 걱정스러워=그러나 소비둔화 우려가 통계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도소매판매 증가율은 지난 10월 7.0%에서 11월 4.8%, 12월 1.9%로 크게 떨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 소매의 경우 전년동기보다 2.2%나 감소하며 4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물론 생산자의 내수용 소비재 출하가 8.4% 증가했다는 점에서 내수둔화우려가 그리 심각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도 있지만 출하된 소비재가 팔리지 않고 재고로 쌓일 경우 결국 생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신승우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은 “지난해 12월 소매가 안 좋았던 것은 백화점들이 연말세일행사를 실시하지 않은데 따른 것”이라며 “1월중에는 소비도 다소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권홍우기자 hongw@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