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관여했던 장수천의 대출 채무 30억원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모두 노 대통령의 주변 인물들이 변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친형인 건평씨(61)와 전 후원회장인 이기명(67)씨 등 채무를 변제한 당사자들이 자금을 마련했다고 주장한 과정에 여전히 의문이 많아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 이기명씨 언제 얼마나 갚았나
이씨는 장수천의 전체 부채 가운데 상당액수를 변제해준 인물. 이씨는 최근 “물려받은 용인 땅 2만4,000평을 판 돈으로 연대보증을 섰던 장수천의 부채를 갚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씨의 자금마련 과정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대한주택공사는 25일 “이씨 소유의 용인시 구성읍 일대 땅 5,000여 평을 지난해 12월 8억 여 원에 매입키로 계약하고 올해 1월7일 보상비 4억2,000여 만원을 우선 지급했다”며 이씨가 실제 유산을 팔았음을 확인했다.
그러나 이씨로부터 직접 채무를 상환 받은 한국리스여신㈜은 “건평씨가 갚고 난 나머지 채무 가운데 이씨가 20억원 가량을 갚았는데 지난해 7~8월께 대부분 상환했다”고 다른 주장을 하고있다.
양측의 설명에서 이씨가 갚은 빚의 규모는 16억원이나 차이가 나고 변제시기는 지난해 대선 전후로 갈리고 있다.
또 처분재산의 규모도 이씨는 2만4,000여 평이라고 주장한 반면 주공은 5,000여 평에 불과하다고 다르게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이씨가 장수천의 부채를 상환한 시기와 액수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는 이상 “지난해말 대선과정에서 노 대통령측에 전달된 돈이 이씨에게 흘러 들어가 변제에 사용됐을 것”이라는 의혹은 지워지지 않을 전망이다.
■ 민상철씨 경매대금 마련 또다른 의혹
건평씨 처남인 민상철(40)씨는 12억원을 지불하고 건평씨의 진영읍 땅을 넘겨받았지만 경매대금을 조달하기 위해 은행 및 건설업자에게 다시 손을 내민 것으로 드러났다.
민씨는 낙찰받은 부동산을 담보로 부산은행에서 8억원을 대출 받고 노 대통령의 전 운전기사인 선봉술(57)씨 부인으로부터 6억원을 빌린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이와 관련, 민씨가 부산은행에서 8억원을 대출 받은 시점은 낙찰 받은 당일인 2001년 4월23일로 은행측이 빈털터리로 지내던 민씨에게 상환능력에 대한 고민도 없이 곧바로 거액을 빌려줬다는 점에서 대출압력 등의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선씨 부인의 경우 돈을 빌린 시점은 2001년 8월로 이 자금으로 경매대금을 충당했다고 보기에는 신빙성이 다소 떨어진다.
그렇다면 민씨는 부족자금을 어떻게 조달했을까. 민씨는 2000년 건평씨로부터 거제시 구조라리 일대 부동산을 명의이전 받았는데 2001년 3월께 집중적으로 부산의 건설업자 이철승(45)씨에게 근저당을 설정해 준 것으로 등기부등본에 나타난다.
이씨에 따르면 당시 구조라리 부동산을 담보로 민씨에게 5억원을 빌려 줬다는 것인데 이 자금으로 민씨가 진영 땅을 경락 받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이씨는 “채무자가 누군지도 모른 채 친구의 부탁으로 5억원을 빌려줬다”고 말해 궁금증을 더하고 있다.
한편 장수천 연대보증인의 한 사람이며 건평씨와 진영땅의 공동소유자였던 오철주(57)씨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그 땅 때문에 골병이 들었고 막대한 손해까지 입었다”며 자세한 언급을 피해 뭔가 말 못할 사정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동렬기자, 김정곤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