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식 LG데이콤 부회장 "한국 IT산업 제2 도약 시점"

'한국IT정책 20년' 출간


"한국 IT산업 성공의 역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인물들, 관련 서류나 언론매체 한 구석에 잠깐 이름이 보일까말까 한 그런 평범한 사람들 것입니다. 지금도 어디선가 우리나라가 잘 되기만을 축수하실 그 보이지 않았던 분들의 공로를 드러내고 치하하며 감사드리고자 펜을 들었죠." 정홍식(62) LG데이콤 부회장이 최근 '한국IT정책 20년'이라는 제목으로 책을 냈다. 79년 4월~89년 6월까지 9년간의 대통령비서실 경제비서관실 근무, 89년 6월~98년 5월까지 9년간의 정보통신부 재직 등 총 18년간에 걸친 공직생활 중 치러냈던 각종 IT정책 결정의 비화들을 담았다. 98년 5월 정통부 차관을 끝으로 공직을 떠난 뒤의 얘기는 뺐다. "박정희 대통령 때 들어가 노태우 대통령 때 나왔으니 3명의 대통령을 모신 셈"이라는 그의 말처럼 이 책은 IT라는 산업군조차 없던 80년 초 이후 18년간 IT산업 핵심정책 주변에 있던 공무원들과 기업인들을 기록하고 있다. 대통령 친필사인이 담긴 미공개문서, KT와 데이콤의 탄생배경, 국가기간전산망사업, 전전자교환기(TDX) 국산화, 반도체ㆍCDMA 개발과 상용화 과정의 뒷얘기가 나온다. 노준형 현 장관과 안병엽 전 장관 등이 경제기획원에서 정통부로 합세하게 된 사연 등도 적었다. 모두가 정 부회장이 그간 꼼꼼히 기록해둔 노트와 챙겨둔 자료들에서 나왔다. '천달러시대에서 만달러시대로'라는 부제가 붙은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그는 인구학적으로 한국 IT산업이 제2의 도약기를 앞둔 중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83년 학교에 최초로 보급한 8비트 교육용컴퓨터와 그 컴퓨터교육 대상자였던 초등학교 4~6학년생들이 현재 30대 중반이 됐다는 점을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했다. 최초의 컴퓨터교육세대가 사회의 주류로 막 부상하는 시점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한국 IT산업의 미래가 달라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청와대에서 집무를 시작할 때 내 나이가 고민 많던 35살. 그런데 지금 30대 중반들은 더 많은 정보력을 가진 세대고 결국 더 많은 기회들을 찾아낼 역량이 있다"는 게 그의 시각이다. 정 부회장은 이 책을 '회고록'이 아니라 기록을 담은 '자료집'으로 불러달라고 주문했다. 개인적인 회고록이야 민간기업 CEO로 활약했던 시절까지 담아내야 완성되지 않겠냐는 것. 그는 텔슨전자 대표이사 회장, 데이콤 대표이사 사장 등 관과 민을 넘나들다 지난해 1월부터 LG데이콤 부회장에 올랐다. 그는 "기록이 없는 사회에 기록 남기는 문화를 만들고 싶었던 작은 노력으로 봐달라"는 소회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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